정부 유화 손짓에도 “기만극” 날세워…‘적대적 두국가’ 택한 北

정치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후 07:08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재명 정부의 유화책에 대해서도 ‘서투른 기만극’이라고 폄하했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적대 정책’을 철회하고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한국 현 정권 유화적 태도, 서투른 기만극이자 졸작”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9차 노동당 대회 폐막 소식을 알리며 지난 20~21일에 진행된 김 총비서의 사업 총화 보고의 주요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보도된 총화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국을 향해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4년부터 북한이 펴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대해 “국가의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집권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통하여 다시금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한국의 현 집권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겉으로는 기만적인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를 같은 민족이라는 타성에 포로되여 절대 불가능한 화해와 통일을 이유로 계속 상대하는 것은 더이상 존속시키지 말아야 할 착오적인 관행”이라고 했다. 9·19 군사합의 선제적 복원 의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자유의방패(FS) 내 야외기동훈련(FTX) 축소 등 이재명 정부의 대화 시도 노력에도 북한은 단호히 선을 그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실행되는 한국의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 환경을 다쳐놓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우리는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며 “그 행동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 5일차 회의가 열린 23일 모습[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美 향해선 ‘조건부’ 대화 가능성…“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 없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이중적인 자세를 보였다.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세습적이고 고질적인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 정책으로 인해 현재 적국들의 연합 공조와 핵 요소가 동반된 군사적 움직임이 예측불가능한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현재처럼 앞으로도 계속 미국과의 대결에 만반으로 준비하며 최강경 자세를 변함없는 대미정책 기조로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약 미국이 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말했다. 이어 “조미(북미)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제재를 거둬들이면 대화에 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오는 4월 미중정상회담을 위해 방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역대급 호전적 대남 선언으로 북한의 대남 전략의 근간을 뿌리째 바꾸는 변곡점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미국을 향해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한국을 향해 적대적 두 국가 기조가 불변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사실상 남북관계라는 틀을 폐기하고 관여하지 않는 ‘적대적 남남 패러다임’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도 우리 정부는 유화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노력에 호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대북 3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북한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며 9차 당 대회를 마쳤다. 이번 열병식에 무기체계는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에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20형종대’ ‘극초음속중장거리전략미싸일종대’ 등에 대한 언급이 없고, 북한 매체가 전한 열병식 사진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자산은 물론 탱크나 장갑차, 방사포 등 재래식 무장장비도 안 보였다. 다만 열병식에 김 위원장의 딸인 주애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당 내 직위가 없는 주애는 앞서 이어진 당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기념 열병식이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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