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성범죄 지도자 222명 활동…이기흥, 체육회 전횡"(종합)

정치

뉴스1,

2026년 3월 04일, 오후 12:10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 앞서 이기흥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5.1.14 © 뉴스1 장수영 기자

감사원이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의 전횡 의혹과 국가대표 선발·훈련 지원, 선수 인권보호, 기관 운영의 구조적 문제를 대거 적발했다. 감사원은 이 전 회장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가운데 측근 진술과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비위 사실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는 지난해 2월 17일부터 4월 4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국가대표 선발·훈련지원, 선수 인권침해 보호, 종목단체 지도·감독, 기관 운영 등 4개 분야를 점검했다.

회장 전횡·예산 왜곡…"이기흥 전 회장, 조사 불응"
감사원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수차례 대면 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고 형식적 서면 답변만 제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보고서에 담긴 비위 내용은 측근과 실무자 진술, 객관적 증거를 종합해 작성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 이 전 회장은 정관을 위반해 이사회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협의 없이 예산 규정을 개정해 행사성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등 조직과 예산을 전횡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는 2023년 재정 압박으로 30억 원가량 차입이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행사성 예산 감축 계획까지 세웠지만, 이후 자문위원회를 8개로 확대하고 특별보좌역을 늘리면서 관련 예산을 약 11억 원 오히려 증액했다.

자문위원회 예산은 2023년 약 3억 1000만 원에 달했고, 특별보좌역에게는 월 300만 원 안팎, 일부는 800만 원 수준까지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평창동계훈련센터장 직제 신설을 둘러싼 우회 운영 시도 등 특정 인사 중심 의사결정 정황도 포함됐다.

행정안전감사국 제2과 김영호 과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 기자실에서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실태 주요 감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6.3.4 © 뉴스1 이호윤 기자

선발·인권·시설 난맥상…222명 범죄경력 지도자·152명 학폭 가해 선수 활동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 지원 과정에서도 공정성과 합리성이 미흡했다. 2022~2024년 29개 종목단체에서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결정하거나 후보자를 평가한 이사·경기력향상위원 70명이 직위를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로 지원·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충돌 우려가 있었지만 별도 제재 없이 승인됐다는 지적이다.

선발 관련 이의신청 24건 중 13건은 대한체육회에 보고되지 않았고, 일부 종목에서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지도자를 선발하고도 그대로 승인한 사례가 확인됐다. 훈련지원 등급을 합리적 사유 없이 조정하거나 특정 종목의 입촌훈련을 제한하는 등 자의적 결정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선수 인권보호 체계의 허점도 드러났다. 2020년 8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폭행·성폭력 등으로 체육지도자 자격이 취소된 인원 가운데 222명이 학교 등 체육 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정보 통합관리 미흡으로 자격정지 이상 징계를 받은 지도자가 다른 단체로 옮겨 활동한 사례도 적발됐으며, 학교폭력 가해 선수 152명은 최근 3년간 각종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천선수촌 38개 훈련장 가운데 28곳은 최근 3년간 연간 이용률이 50%에 못 미쳤고, 이 중 16곳은 30% 미만이었다. 그럼에도 미입촌 종목의 시설 사용을 제한하는 등 경직적 운영으로 활용도를 떨어뜨렸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대한체육회가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임에도 내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상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 단체로서의 자율성 보장 문제로 실질적 감독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지목했다.

감사원은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에 주의요구 및 제도개선 통보를 하고, 상임감사제 도입과 자체 감사기구 독립성 확보 등 내부통제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전 회장의 비위 행위는 향후 재취업 및 공직후보자 검증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체부에 인사자료로 통보했다.

감사원은 "자율성을 존중하되 외부·내부 통제를 재설계하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후속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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