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동산 공화국에 가려진 '미래'[김유성의 통캐스트]

정치

이데일리,

2026년 3월 07일, 오후 06:0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0명(2025년 기준)으로, 2023년 최저점을 기록한 뒤 2년 연속 반등했습니다. 이에 정부도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출산율 반등을 위해 추진해온 정책 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요인이 출산율 반등에 영향을 미쳤는지 정부 내부에서도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고무되기에는 이릅니다. 우리보다 앞서 1980년대부터 출산율 제고 정책을 펴온 싱가포르와, 그 뒤를 이은 일본도 단기적으로는 출산율이 일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그렇다고 치고, 지난 20년간의 변화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산율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여기서는 엄밀한 인과분석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비교해보겠습니다.

◇ 부동산 가격과 상관관계가 있을까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출산이 대체로 혼인한 가정 안에서 이뤄져 왔습니다. 따라서 혼인율과 출산율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혼인을 하려면 거주할 집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면 좀 더 안정적인 공간을 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이 부담된다”고 말합니다. (아래 숫자 자료는 KOSIS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경험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출산율 추세와 주택매매가격 추세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예컨대 서울은 2004년 3월 출생아 수가 9278명이었고, 부산은 278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3월에는 서울 3483명, 부산 1093명으로 줄었습니다. 20년 사이 한국의 최대 도시와 제2의 도시 출생아 수가 절반을 넘어 3분의 1 수준까지 감소한 것입니다.

연간 기준 합계출산율은 어떨까요. 서울은 2004년 1.015명에서 2024년 0.581명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부산은 0.953명에서 0.683명으로 하락했습니다. 서울의 일부 자치구는 합계출산율이 0.5명 안팎에 머무는 곳도 있습니다.

그나마 하락 폭이 가장 작은 곳은 전남입니다. 전남은 1.36명에서 1.028명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만 보고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출산율 계산의 모수인 가임여성 인구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4년 3월 전남의 출생아 수는 1673명이었지만, 2024년 3월에는 668명으로 줄었습니다.

집값 추세는 어떨까요. 주택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 집값은 지난 20년 동안 82.3%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인천은 90.9% 상승했습니다. 두 지역 모두 상승 폭이 큰 편인데, 합계출산율 하락 폭 역시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합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비교했습니다. 연평균 출산율 하락 폭과 연평균 주택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놓고 각 시·도의 분포를 봤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은 출산율 하락 폭도 큰 지역에 속했습니다.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 동안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연평균 2.79% 감소했고, 집값은 연평균 3.0% 상승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서울은 매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면서 출산율도 크게 하락했다는 의미입니다.

연평균 출산율 하락값(%)과 주택가격상승률(%) 대조표. 그림에서 X축은 주택매매가격 연평균 상승률, Y축은 합계출산율 연평균 하락률을 뜻한다. 서울의 위치가 가장 끝단에 있다.
물론 이를 근거로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더 빠르게 떨어진다’고 (학문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출산율과 주택매매가격지수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지만, 상관계수(-0.2780, p=0.000)가 아주 강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출산율 하락에는 정주 여건, 고용, 지역 경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부동산 가격과 출산율 사이의 관련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장기 추세가 우연히 겹쳐 보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서울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 신혼부부의 주택 마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만혼이나 출산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신혼부부가 일할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딜레마입니다. 서울에 살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 급속히 늙어가는 서울, 그리고 부산

이번에 살펴보며 놀란 것 중 하나는 지난 20년간 고령화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의 고령인구비율 통계는 월별 기준으로 2000년부터 제공되는데, 이를 보면 서울의 고령인구비율은 2008년 8.5%에서 2026년 1월 20.45%까지 높아졌습니다. 부산은 같은 시점 25.35%까지 올라왔습니다. 연평균 로그 증가율로 보면 서울은 4.9%, 부산은 5.2% 수준입니다. (지구상에 이런 통계가 한국말고 또 있을까요?)

고령인구 증가는 여러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중에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문제도 포함됩니다. 예컨대 통상적인 경제학에서는 경기 침체기 금리 인하나 통화 공급 확대가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만, 고령화가 심화된 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옵니다.

지난해 발표된 「인구 고령화가 통화정책의 경제효과를 변화시키는가?」(백현화·김영덕·박은엽) 논문을 보면, 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에서는 금리 변화가 지역산출에 미치는 영향이 전통적 이론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곧바로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거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통화정책이 통하지 않는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해도, 고령화가 심할수록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화되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반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두고 0~19세 인구와 65세 이상 인구의 변화도 살펴봤습니다. 여기서도 서울은 두드러졌습니다. 2004년 서울의 0~19세 인구는 241만6260명이었지만, 2023년 말에는 126만7995명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66만8447명에서 2023년 말 168만2571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변화를 연평균 로그 증감률로 환산해 보면 아래와 같은 분포가 나옵니다. 상대적 변화 속도를 기준으로 볼 때, 서울과 부산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곳으로 읽힙니다.

파란색 봉은 0~19세 연령 인구 증감율, 주황색 봉은 65세 이상 인구 증가율. 세종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역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 서울 집값의 상승세는 전국 어느 곳보다 가파른데, 과연 서울에 ‘미래’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방은 더 암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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