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3.9 © 뉴스1 이재명 기자
중동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하자 청와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등 시행에 나섰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올해 경제 전망이 괜찮았다. 지금은 또 달라졌다. 이게(전쟁)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며 "겪어보지 못한 일이 일어났고 조기에 수습이 안 되면 (경제 전망의)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전망을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거기에 따른 소요들이 많이 생긴다. 직접 타격을 받는 산업이 있고, 소비자도 있고, 여러 가지 시장 조치를 포함해 이번 충격에 대한민국 경제가 피해를 입지 않게 잘 헤쳐 나가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고, 거기에 따라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정책실장은 "지금 유가나 이런 상황은 최고가격제(지정)로 대응해야 할만한 상황이라고 판단이 됐고 거기에 따라 최우선으로 고시를 하고 있다. 거기에 추가되는 재원은 당장 나가는 건 아니지만 필요한 재원들이 많이 생겼다"라며 "개인에 대해 피해를 직접 보전하는 방안까지도 정책 옵션이 늘어나면 그것(추경)까지 논의할 거다. (앞으로) 10일 사이에 거기(추경)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9 © 뉴스1 이재명 기자
李대통령 '유류 직접지원 검토' 지시…최고가 지정 이번주 중 시행
청와대가 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한 건 전쟁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카드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세제보다는 유류 직접 지원 등 고강도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정책실장은 "대통령은 일률적으로 세금을 유류세 인하(에 쓰기)보다 직접 피해를 보는 소비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라며 "그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추경 재원으로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석유제품 최고가 지정으로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에게는 손실분을 국가가 보전해 줘야 하는 만큼 이 또한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이에 앞서 석유제품 최고가격 지정과 유류세 인하 등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김 정책실장은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주 내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시행되면 2주 주기로 (가격 지정을) 설계하려고 하고 있다. 이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 가격 기준으로 최고(가격)로 설정하면 시중에 소비자들이 맞닥뜨린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제품 최고가 지정은 1997년 이후 29년 만이다.
이와 함께 김 정책실장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2주 간격으로 출렁일 때 아마 유류세 인하도 완충하는 것으로 고려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카드를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어선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열린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석유 제품에 최고 가격제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26.3.9 © 뉴스1 최지환 기자
"정유사·주유소 가격 비대칭성 주목…관계기관 적극 나설 것"
정부는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한 것을 두고 정유업계와 주유업계에 대한 대응도 추진한다.
김 정책실장은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릴 때 빨리 올리고, 내릴 때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정유사 담합 여부 및 주유소 가격 조사, 세부 검증, 가짜 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 등에 관계기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가 급작스럽게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본인들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김 정책실장은 횡재세 도입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태 장기화 경우 석유제품 수출 통제도 고려…정부 비상대응 체제 전환
김 정책실장은 "호르무즈 봉쇄 영향을 받는 원유 도입량은 매일 170만 배럴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1억 9000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며 "국제에너지기구 기준으로 208일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중동 상황 장기화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산유국과 공동 비축하고 있는 물량 2000만 배럴도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면 인수할 수 있다.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국내로 돌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원유 수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비축분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와 관련해 "(석유제품) 수출 통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석유, 가스 수급 안정화에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중동 상황 관계기관 합동대응반 산하 3개반 반장은 기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 회의는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 체제로 전환한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기존 100조 원의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추가 조치 방안도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hanantw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