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ASPI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커트 통(Kurt Tong) 전 미국 APEC 대사는 현재 북한의 전략을 ‘핵보유국 지위의 기정사실화’로 규정했다. 통 대사는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제한적 협력과 대화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는 아직 핵무기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이란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미중 관계의 구조적 한계가 북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 대사는 “차기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대만, 무역, 이란 이슈가 우선순위를 점할 것”이라며 “미국 국가안보전략 문서에서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정책 우선순위의 하락을 의미하는 중대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확보하면서 외부 압박을 견딜 전략적 공간을 넓혔다는 점도 대화 복귀의 걸림돌로 꼽혔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은 북미 관계 개선의 제약 요인으로 북한 지도부의 복잡한 셈법을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과거 비핵화 요구만 수용하고 실익을 얻지 못했던 하노이 회담의 경험이 북한의 전략적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미중 간 경제·군사적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의 GDP가 미국의 90% 수준에 육박하는 등 전략적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북한 문제는 관리 차원의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9·19 군사합의 이행 경험을 바탕으로 우발적 충돌 방지와 신뢰 구축을 통한 단계적 긴장 완화가 평화체제 전환의 선결 조건”임을 강조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에서 북미 관계 및 한반도 주변 정세 관련 포럼이 열리고 있다.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장(국방대 교수) 역시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관계 형성을 위한 공간 마련이 우선”이라며, 경제·문화 교류 등 비군사적 수단을 통한 장기적 변화를 주문했다.
제니 타운(Jenny Town) 스팀슨 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제재와 대화라는 상반된 신호를 보내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NGO 접촉 허용 등 낮은 단계의 조치를 통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앤드류 여(Andrew Yeo) 브루킹스 연구소 석좌는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국의 안보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대비를 촉구했다.
한편, 정한범 학회장 등 한국대표단은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및 아미 베라 미 하원의원을 비롯한 의회와 정부 관계자를 만나 한국의 외교현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정경두(왼쪽 네 번째 부터) 전 국방부 장관과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등 한국대표단이 아미 베라 미 하원의원을 면담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