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6.3.16 © 뉴스1 신웅수 기자
국민의힘에서 제명당한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제기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20일 법원이 받아들였다. 배현진 의원의 당원권 1년 정지 징계 효력 정지에 이어 두 번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정당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정당의 자율성도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으로,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말인즉슨 지금의 국민의힘에 '민주적 내부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재판부가 의문을 제기했다는 뜻이다.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사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탄핵 심판과같이 중대한 정치적 사안도 아닌 당원 징계 문제까지 잇따라 법원의 판단에 끌려다니는 현 상황은 국민의힘이 뼈아프게 여겨야 할 대목이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빈자리는 결국 다른 권력이 대신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당원게시판 의혹'으로 제명됐던 지난 1월로 돌아가 보자. 장 대표가 '징계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막 피어오르던 때였다.
당시 중진들을 비롯해 당 안팎에서는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다. 하지만 결국 어느 한 사람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고, 갈등을 조율할 정치적 리더십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최고·중진 회의를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다. "장 대표가 듣기는 참 잘 듣는데 정작 대화 끝에 바뀌는 게 없다(중진 의원)"는 하소연도 나온다.
윤리위원회에서 정치가 실종된 것도 문제다. 흔히들 윤리위원회는 당내 법원 역할을 하는 '독립 기구'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당 내에 속하는 윤리위는 이미 그 자체로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태생적으로 완전히 비정치적일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윤리위도 단순한 징계 조치를 넘어 '좋은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독립적 기구라며 정치에서 한 발 빠지는 모양을 취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솔직하게 당내 갈등을 조율하는 정치적 역할을 고민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윤리위가 당헌·당규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만 징계 사안을 다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법원도 기본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되 법관 개인의 양심과 재량이 존재하듯, 윤리위 역시 책임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20일 울산시장 출마예정자 정견 발표회에 참석해 "지금 역풍이 불고 있다 할지라도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고, 그것이 국민의힘의 DNA"라고 했다. 정치가 자리를 비운 곳에서 바람은 더 거세질 것이다. 아무리 거센 역풍이라도 피하지 않는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
cyma@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