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지스구축함은 대공·대함·대잠·대지 능력을 통합한 최상위 수상 전투체계다. 한 나라의 해양방산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꼽힌다. 특히 정조대왕급은 기존 세종대왕급보다 표적 탐지·추적 능력이 향상되고 요격 기능까지 갖췄다. 한국이 이런 첨단 전투함을 연속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K-해양방산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지난 달 19일 울산조선소에 집결한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1~3번함 정조대왕함(왼쪽부터)·다산정약용함·대호김종서함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1970년대 당시 한국 해군은 미국에서 도입한 퇴역 함정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조선 산업 역시 소형 지원함 건조에 그치는 초기 단계였다. 그러나 북한의 해상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까지 맞물리며 자주국방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정부와 군은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국산 전투함 건조라는 도전에 나섰다.
1976년 3월 울산에서 시작된 전투함 개발은 수많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설계 도면조차 없는 상태에서 수백 명의 기술진이 백지 위에서 설계를 시작했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건조 기술을 축적해 나갔다. 그 결과 착수 4년 만인 1980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함 ‘울산함’이 진수됐다. 대한민국이 당시 10여 개국에 불과했던 함정의 자국 생산국 대열에 합류하는 신호탄이었다.
1980년 4월 8일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울산함 진수식에서 최규하 대통령 부인 홍기 여사가 진수줄을 절단하고 있다. 그 옆은 정주영 회장 (사진=HD현대중공업)
1980년 12월 3일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한국형 호위함 울산함 인수 및 명명식에서 울산함 승조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잠수함 분야의 진화도 같은 흐름이다. 장보고급(209급) 국내 건조를 시작으로 손원일급(214급), 그리고 3000t톤급 장보고-Ⅲ 체계로 이어지며 한국은 수상함뿐 아니라 수중 전력까지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하는 국가로 도약했다.
특히 K-해양방산은 국내 전력 확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 조선소들은 필리핀과 페루 등지에 함정을 수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성능과 비용, 납기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공급자로 평가받고 있다.
1983년 12월 울산조선소에서 동해급 초계함 강릉함의 인도·인수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울산함에서 정조대왕함까지 이어진 50년은 기술 부족의 추격자에서 세계가 찾는 해양방산 파트너로 바뀐 한국의 압축 성장사”라면서 “이제 한국 해양방산은 유무인 복합 전력, AI 기반 함정, 미래 해양전력으로 향하는 ‘다음 50년’의 항해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