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업계 "공장 돌릴수록 손해"...민주당 "추경 시급"

정치

이데일리,

2026년 3월 27일, 오후 03:09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플라스틱 업계가 원료 수급 차질과 가격 폭등의 이중고에 직면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긴급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경기도 광주시 소재 식품용기 제조업체를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열고 “오늘 현장에서 절박함을 느꼈다”면서 “바로 예산 투입이 필요하고, 추경을 시급하게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업계의 심각한 경영 위기가 집중 제기됐다. 이날 방문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주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의 재고가 5일치에 불과하다”면서 “제대로 공장이 가동되려면 통상 3~4배 수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PS 가격은 올해 1월 대비 약 70% 상승했고 공급 물량도 크게 줄어 4월부터는 감산 또는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동상황 민생현안 긴급 대응 및 상생협력을 위한 현장간담회(사진=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원재료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가운데 가격이 70% 올라 공장을 가동하면 50~60% 손해를 본다”면서 “공장을 멈추면 20~30% 손해”라고 말했다. 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더 큰 상황으로 차라리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김영철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장은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을 이용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고의적 물량 조절과 과도한 가격 인상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철저한 현장 조사를 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기업이 있으면 적극적인 행정처분을 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 “내수로 돌린 나프타를 활용해 원료업체들이 비싼 가격에 수출을 한다”면서 나프타 뿐만 아니라 원료에 대한 수출 통제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3월에는 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원료를 구입해 버텼지만 4월은 너무 많은 폭이 올라가서 버틸 수 없는 그런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식품업체들은 조금 기다려 보라고 하는데 선제적 단가 인상을 통한 상생의 협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산업 전반의 위기’로 규정하고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금 상황은 비명을 넘어 실신 직전”이라며 “힘 있는 쪽이 가격을 전가하는 구조로는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준호 의원도 “원료 수급 차질과 가격 인상이 음식점 등 자영업자에게까지 부담이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루라도 빨리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급 안정과 자금 지원, 불공정 거래 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은 “이날 새벽부터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가 발효됐고 이와 병행해서 각종 수요 관리 정책, 대체 물량 확보 노력, 자원 안보 위기 경보까지 모두 다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재 부품 장비 수급 지원센터를 중동 전쟁 공급망 지원센터로 개편해 지금 가동하고 있다”면서 “업계의 애로사항을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석화업계와 협조해서 우선순위를 둬서 국민 생활 품목이나 산업 필수 소재 부분에 대해서는 공급 차질이 최대한 없도록 조율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제조기업 찾은 한병도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2차관은 “긴급 경영안정자금 올해 예산이 2500억원인데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 될 것 같다”면서 “정부안에 2500억원 정도 반영돼 있는데, 이번 추경 심의 과정에서 업계 상황을 고려해서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기부는 이번 위기와 관련해 정책자금 지원 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기존에는 신용도나 부채비율 등 기준에 따라 일부 기업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는 예외를 적용해 폭넓게 지원하고 보증 역시 동일하게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대기업과의 수·위탁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직권 조사에도 착수한다.

이 차관은 “식료품·생활용품·음료 등 플라스틱 용기 수요가 높은 업종의 상위 5개사 대기업을 대상으로 서면 및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체결하고도 가격 인상을 반영하지 않은 사례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미체결 기업에 대해서는 협동조합을 통한 납품단가 조정 협의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고 관련 대기업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담합, 출고 조절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서는 동시에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납품대금 연동제 점검 △합성수지 수출 통제 및 수입선 다변화 △플라스틱 제품에도 최고가격제 도입 △조달 단가 조정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면제 △금융 지원 실효성 확보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한 원내대표는 “전쟁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잔불이 상당 기간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과 정부가 총력 대응해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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