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민주 국정홍보비서관은 증권 항목의 상장주식 내역에 ‘KODEX 레버리지 0주(1만주 감소)’를 신고했다. 조한상 홍보기획비서관 역시 ‘노무라NFTPX17상사&도매ETF’ 27주(27주 증가), ‘아이셰어즈MSCI칠레ETF’ 757주(757주 증가), ‘아이셰어즈은현물ETF’ 176주(176주 증가)를 증권 항목의 상장주식으로 신고했다.
같은 ETF라도 어떤 공직자는 예금으로 또 다른 공직자는 증권으로 신고를 한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재산변동사항 신고서' 예시. (그래픽=김일환 기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공직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산 증식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 매년 재산내역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본인 소유 주식을 발행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면 이해충돌에 해당될 수 있다.
ETF 역시 여러 주식을 담은 상품으로 공직자가 마음만 먹으면 본인 소유 ETF 주가 상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하에서 ETF를 예금 항목으로 신고할 경우 ETF를 판매한 금융기관과 액수만 공개하면 돼 공직자가 어떤 ETF 상품을 보유·처분했는지 구체적인 상품명과 수량을 알 수 없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경우도 예금 항목에 △삼성증권 7124만원(7124만원 증가) △농협은행 15억6362만원(14억2825만원 증가) △신한라이프생명보험 2억9790만원 △국민은행 625만원(86만원 증가) △농협중앙회 0원(1007만원 감소) 등 총 6건을 신고했다. 증권 항목은 신고 내역이 한 건도 없었다. 이 대통령이 ETF 상품에 투자했다고 밝혔지만 어떤 상품을 매수했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 주식·국채·공채·회사채 등 일부만 증권으로 규정해 신고하도록 하고, 그 외 금융상품은 예금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다. ETF 역시 주식과 매우 흡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예금으로 신고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도 정기재산변동신고사항 예금 공개 내역. (자료=공직자윤리위원회 관보)
자본시장 전문가 A씨는 “ETF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특히 주식형 ETF의 경우 이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종목이 있는 만큼 예금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ETF와 관련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 방위산업 관련 펀드 투자 여부를 검토했다가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ETF는 블랙록이 운용하는 방산·안보 테마 ETF로, RTX,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팔란티어 등 주요 방산 기업이 편입돼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국방비 확대 흐름 속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더욱 문제는 조만간 개별주식 투자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다는 점이다. 만약 고위공직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사고 이 기업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현행제도로는 이를 알 방법이 없다. 이 공직자가 이 ETF를 예금으로 신고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시장관계자 C씨는 “해당 종목을 기초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보유할 경우 사실상 개별종목과 동일한 투자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런 상품까지 예금으로 분류하면 실제 투자 내역이 가려지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측은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ETF·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 상품 다양화에 따른 공직 윤리 제도 개선 방안 도출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국정홍보비서관의 2026년도 정기재산변동신고사항 증권 공개 내역. 'KODEX 레버리지 0주(1만주 감소)'와 같이 상장지수펀드(ETF) 변동 내역이 공개돼있다. (자료=공직자윤리위원회 관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