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활주로 막힌 KADEX…갈 길 잃은 '지상방산전시회'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16일, 오전 11:3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6)’의 계룡대 비상활주로 사용을 불허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단순한 행사 장소 문제를 넘어 군사시설 활용의 적법성, 전시회 이원화 구조, 그리고 K방산 성장세에 미칠 파장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방부는 KADEX 주최 측인 대한민국육군협회에 공문을 보내 계룡대 활주로 사용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고 16일 밝혔다. 아직 활주로 사용 신청 전이지만, 이미 홈페이지와 업체 공문 등을 통해 행사 개최를 기정 사실화 한 상황에서 국회 등 지적에 국방부가 손놓고 있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KADEX는 10월 6~10일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행정재산 목적에 장애”…지난 승인 과정 감사

그러나 국방부는 “행정재산은 그 용도나 목적에 장애가 없는 범위에서만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국유재산법 제30조를 근거로 들며, 비상활주로를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해당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계룡대 활주로는 유사시 항공 전력 운용을 위해 즉각 활용돼야 하는 핵심 군사시설이라는 점에서, 전시회 개최로 인해 기능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국방부 관계자는 “2024년 함께 열렸던 지상군페스티벌과 계룡군문화축제의 경우 활주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비 위주의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KADEX의 경우 활주 경로를 침범하고, 전시 공간 마련을 위해 장기간 공간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육군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지난 2024년 10월 2~6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열렸다. (출처=KADEX 홈페이지)
특히 국방부는 2024년 KADEX 개최 당시 계룡대 활주로 사용 승인 과정에 대해서도 자체 감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절차 적정성까지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국방부가 활주로 사용 승인 과정에서 군사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작전성 검토’를 생략하고, 행정적 수준의 ‘타당성 검토’만으로 조건부 동의를 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육군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측은 “전시회 개최 장소 사용 승인 신청은 통상 행사 일주일 전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고, 2024년에도 국방부 승인 하에 동일 장소를 사용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계룡대 활주로가 매년 지상군페스티벌과 계룡군문화축제 등이 열리는 ‘민군 화합의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K-방산 홍보와 수출 확대를 위한 핵심 플랫폼인 KADEX의 개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육군협회 반발…법적 대응도 시사

특히 육군협회는 국방부의 이번 결정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편파적 행정”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방부 조치의 법적 타당성을 검토 중이며, 필요할 경우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KADEX 2026이 이미 해외 10개국 국가관과 20개국 60여 개 기업이 참가를 확정한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행사 차질이 국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육군협회에 따르면 2024년 행사 대비 2026년 참가 기업 수가 365개에서 450개로, 부스 규모도 1400여 개에서 2000개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등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국가관도 늘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해 9월 계룡대 비상활주로 일대에서 열린 ‘계룡軍문화축제’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무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계룡시문화관광재단)
하지만 이번 갈등이 단순히 KADEX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방산전시회 관련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된다. 국내 지상 방산전시회는 기존 ‘DX KOREA’와 KADEX로 양분된 구조가 고착화됐다. 과거 육군협회와 민간 주관사 간 갈등으로 전시회가 분리되면서, 동일한 성격의 행사가 비슷한 시기에 각각 열리는 이른바 ‘이중 체제’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방산업계에서는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각각 주최 측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전시회 대응만으로도 벅찬데 국내에서 유사 행사를 두 번 준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정부 차원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시회 이원화 문제와 군 시설 사용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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