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뭐라캐도 국힘"vs"보여주기식이다"…한동훈 뛰어든 북구갑 가보니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16일, 오후 07:08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마친 뒤 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곳으로 전입신고를 하며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보궐선거 진행될 예정인 부산 북구갑 출마를 공식화했다.(사진=연합뉴스)
[부산=이데일리 최희재 기자] “한동훈은 인지도도 있고, 뿌리도 보수 아니겠습니까.”(50대 남성·만덕동 거주) “부산에 연고도 없는 사람이 집 구했다고 낼름 표를 주면 바보지예.”(60대 여성·만덕동 거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만덕동 전입’ 소식에 부산 북구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 2동에서 만난 60대 자영업자 장씨는 한 전 대표의 출마 움직임에 “한동훈 때문에 대통령이 바뀌었고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됐다.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런 허탕은 처음이다.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출마한다니 기가 찬다”고 혀를 찼다.

장씨의 남편 역시 “국민의힘도 마음에 안 들지만 (민주당이랑) 싸워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면서 “국민의힘 역사가 얼마나 오래 됐나. 한동훈이 뭔데 나라를 흔드나”라며 분노했다.

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부산 ‘북구갑’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텃밭이다. 전 후보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깃발을 꽂으며 3선을 달성한 바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아직 공식 후보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한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 시사와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차출설이 맞물리며 민심은 복잡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 15일 부산 북구 구포동. 구포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최희재 기자)
◇405060 흔들리는 중장년층…당보다 인물 중요

북구갑을 돌며 만난 중장년층 세대의 여론은 분분했다. 보수 지지층 내에서도 ‘새로운 보수’와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팽팽히 맞붙었다. 동시에 ‘부산 토박이’ 하정우 수석의 인지도, 보수정권에 대한 실망감, 전재수 의원이 닦아온 지역 기반 등이 맞물리며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도 예전보다 옅어진 분위기였다.

부산에서 만나 결혼해 두 딸도 부산에서 키웠다는 강씨·서씨(60대·덕천동 거주)는 하 수석이 아니더라도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남편 강씨는 “한동훈이 갑자기 부산에 산다는 게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반짝 쇼”라며 “국민의힘이 이 동네에 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전재수가 일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아내 서씨는 “청년들과 두 딸을 위해서라도, 일하는 척이라도 하는 민주당을 뽑아야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만덕동에 사는 50대 남성 김씨는 하 수석이 북구 출신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하정우는 안 나온다니까 한동훈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나 같은 중도보수한테는 윤석열정권과 거리두고 나온 한동훈이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힘 후보로 거론되는 박민식에 대해선 “민심 지지가 약하다”고 잘라 말했다.

구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성 박씨는 “뭐라뭐라해도 국힘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한동훈 때문에 국힘 지지층이 갈라지고 있다. 한동훈은 배신자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하정우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사진=이데일리 DB)
◇“국힘은 NO” 2030 vs “의리 빼면 시체” 7080

2030 청년들과 7080 노년층의 시각차는 극명했다. 구포 농협 앞에서 만난 이지은 씨(20대 여성), 강누리 씨(30대 여성)는 “하 수석이 나온다면 투표할 것이고, 안 나오더라도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며 보수 정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박씨(20대 남성)는 한 전 대표의 만덕동 전입에 대해 “보여주기식”이라며 “최소 6개월 전에는 왔어야 진정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30대 남성 안 씨는 “하 수석이 출마한다면 그를 뽑고, 그게 아니라면 국민의힘과 한동훈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무효표를 낼 것 같다. 보수도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7080 세대의 보수 지지는 여전히 견고했다. 구포시장에서 원단 가게를 운영하는 최씨(70대 여성)는 “그래도 우리 당이다”라며 “부산은 의리 빼면 시체”라고 말했다. 골목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던 임씨(80대 여성)도 “난 누군지도 모른다. 그래도 인물 좋은 놈. 뽑던 놈으로 찍어줘야지 뭐”라고 전했다. 시장 인근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80대 어르신들 역시 “이 동네에서 60년을 넘게 살았는데 그래도 국민의힘을 밀어줘야지”라며 젊은 세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동 거리(사진=최희재 기자)
◇관성보다 실리…변화하는 부산 민심

“매번 밀어줬다 아입니까. 부산 사람들이 바봅니까. 북구 사람들이 바봅니까. 배신자도 싫고, 선거 때만 고개 숙이는 놈들도 싫어예. 이제 안 뽑아줍니더.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지요.” 40년 넘게 부산에서 핸들을 잡았다는 60대 택시기사 이모 씨의 말은 변화하는 부산 민심을 대변했다.

‘후보만 내면 당선’이라는 말은 부산에선 이제 옛말이 됐다. 과거 ‘부산=보수’라는 단일 공식으로 설명되던 지역 정서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이제는 특정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 대신, 각 세대와 연령층마다 각자의 삶에 밀착된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번 북구갑 보궐선거의 핵심은 지역 경제와 민생을 책임질 수 있는가에 달렸다. 한동훈의 무소속 승부수가 보수 진영의 분열로 그칠지 혹은 새로운 결집의 신호탄이 될지는 미지수다. 동시에 하정우를 앞세워 유일한 민주당 텃밭을 지키려는 민주당의 전략도 검증대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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