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매연'과 작별…울산항서 시작된 암모니아 주유기[씨뷰어]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25일, 오전 10:01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울산항의 오후는 늘 분주하다. 수많은 배가 오가고, 거대한 크레인이 짐을 실어 나른다. 하지만 지난 23일 오후 2부두의 풍경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육상 저장고에서 배로 이어지는 기다란 파이프라인. 그 속을 흐르는 건 시커먼 벙커C유가 아닌, 투명한 암모니아였다.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중형급 암모니아 추진선박. (사진=해양수산부)
배가 암모니아를 먹고 움직인다니, 누군가에겐 낯선 풍경일지 모른다. 업계에선 이게 요즘 가장 ‘핫한’ 뉴스다. 배가 내뿜는 탄소를 줄여야 하는 특명이 떨어진 요즘 시대에 암모니아는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태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울산항을 찾은 배는 이제 막 건조된 중형 가스 운반선(MGC)이다. 이 배의 연료탱크에 암모니아를 채워 넣는 이른바 ‘벙커링’ 실증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사실 암모니아는 다루기 꽤 까다로운 연료다. 특유의 냄새도 냄새지만, 안전을 위해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예민한 연료’를 안전하게 주유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조용히 밑그림을 그려왔다. 세계 최초로 관련 등록 기준을 만들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안전 매뉴얼을 짰다. 항만공사와 소방서, 선급 기관들이 모여 수차례 연습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실제 배에 연료를 채우는 날을 맞이한 것이다.

이번 성공으로 울산항의 미래도 바뀌고 있다. 그간 울산항이 석유를 저장하고 나르는 ‘기름고’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전 세계 친환경 선박들이 찾아오는 ‘그린 에너지 허브’가 될 준비를 마쳤다.

거창한 선언보다 중요한 건 결국 현장에서의 성공이다. 정부는 파이프를 타고 배 안으로 흘러 들어간 암모니아가 바다 위 무탄소 항해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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