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두고 여당 내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친명계(친이재명)는 ‘조작 기소의 희생양’이라며 공천을 압박하지만 지도부는 사법 리스크가 선거 전체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합니다. 정답이 없는 ‘명심(明心)’과 ‘민심(民心)’ 사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최대 난제와 마주한 모습입니다.
◇친명계 “김용, 조작기소 희생양…공천하라” 압박
(왼쪽부터) 모란시장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청래 대표(사진 = 연합뉴스)
양문석 전 의원의 당선무효형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안산갑이나 추미애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로 인한 하남갑 보궐선거 출마를 희망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현재 민주당 내 안산갑은 김남국 전 대변인과 전해철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하남갑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출마설이 나옵니다.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은 ‘검찰 조작기소 최대 피해자’라는 논리입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동일하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그리고 6억70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습니다. 현재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이 자유롭게 외부활동을 하는 것은 보석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 조작기소가 맞다면 1·2심 판결을 무시하고 국민의 판단을 받기 위해 출마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 민주당이 주도하는 윤석열 정부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특위(국조특위)도 김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 등을 ‘정치검찰 기획수사 최대 피해자’로 보고 있습니다. 조작기소를 강력히 비판할수록 김 전 부원장의 공천 요구에 당위성이 생기는 셈입니다.
다수의 친명계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김 전 부원장의 공천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용은 선당후사한 사람으로 억울한 일 없도록 당이 보호해야 한다”고 했고 전현희 의원도 “정치검찰 논리를 그대로 끌어와 출마를 제한한다면 정의와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강득구 최고위원과 박정·박해철·이건태 의원 등도 공개적으로 공천을 요구했습니다.
◇지도부는 신중…조승래 “부정적 의견 더 강해”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부원장의 공천에 신중한 모습입니다.
정청래 당 대표가 말을 아끼는 와중에 조승래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지 않냐는 의견들이 좀 더 강한 것 같다”고 지도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과연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어떨 것인가와 당선 가능성 측면들을 고려했을 때, 개별 선거구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인사에 대한 공천이 다른 선거에 영향을 나쁘게 끼친다면 그건 선택할 수 없는 카드”라고도 했습니다.
2017년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에 이재명 대통령이 3위로 낙선한 후 서울 고척돔 객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영진 의원(사진 = 이재명tv 유튜브 채널 캡쳐)
김 의원은 지난 23일 언론인터뷰에서 “전투에서 이기면서 전쟁에서 지는 선택은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된다”며 김 전 부원장 공천에 재차 반대의사를 표했습니다.
김 의원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도 “공당인 민주당의 공천에 있어서 대법원 판결을 앞둔 후보자를 과거에 공천했던 예가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가 친명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김 전 부원장 공천 부적절 의견을 바꾸지 않은 것이지요.
그 역시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불가 이유에 대해 “부산·울산·경남 등 접전을 치르고 있는 지역에서 우리(민주당 지도부)가 도움을 줘야 된다”며 “전략적인 판단과 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 공천이 민주당에 텃밭이 아닌 곳에서는 강력한 반발요인 또는 심판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을 우려하는 셈입니다.
이에 김 전 부원장은 공천에 반대하는 조승래·김영진 의원을 콕 집어 “사법리스크에 의한 불가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두 분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또 “반면에 제가 국회에 들어와서 국정조사로 저의 결백을 밝히고 정치 검찰을 심판하는 일들에 동참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한 분들이 22명이 넘는다”고도 주장합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김용 부원장의 회복과 공천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51명 명단’이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의석수가 160석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공개적으로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은 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조승래 사무총장이 언급한 ‘부정적인 면이 많지 않냐는 의견들이 좀 더 강한 것 같다’를 고려하면 나머지 100여명 의원의 의견은 부정이 더 많았을까요.
◇SNS로 대장동 언급한 李…김용 공천 힘 실릴까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중립 의무가 있는 이 대통령이 김 전 부원장의 공천 가부를 직접 설명하는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에 주목합니다. 이 대통령은 24일 인도·베트남 순방 중이었음에도 ‘대장동 사건을 취재한 언론사에 준 한국신문상을 취소하고 언론사는 반납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 15일에는 ‘대장동 부패 조작만 아니었어도 대선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는 글도 게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장동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면 정청래 지도부가 김 전 부원장 공천에 여전히 답을 내지 않는 것을 두고 청와대에서 부담스러워 “당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위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 전 부원장이 공천을 받더라도 리스크는 분명합니다.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부정적인 국민적 판단’을 확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김 전 부원장의 패배는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대장동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민주당의 확실한 텃밭이 아닌 하남갑 또는 평택을에 공천을 받을 경우 김 전 부원장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하남갑은 추미애 의원도 1000여 표 차이로 간신히 승리한 지역입니다. 평택을은 조국 대표 출마 변수 외에도 보수색이 강한 지역입니다. 안산갑에서 ‘친명’ 김남국 대변인과 경쟁하게 되면 ‘명명갈등’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 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이 당선되더라도 임기 시작 직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합니다. 사법부와 이미 강하게 충돌했던 여권은 또다시 ‘사법부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이재명 정부에 오히려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재보선 공천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공천 막판까지 김 전 부원장의 이름은 계속 거론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최종 선택은 ‘민심’일까요, 아니면 ‘명심’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