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이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실장은 “신용질서를 무너뜨리거나 무책임한 탕감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지금의 질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도대체 어떤 구간이 버려지고 있는지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 금융의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개별적인 삶의 모습과 위험은 흐르는 강물처럼 연속적인데, 금융은 그걸 구간으로 나누어 다룬다”며 “그 사이에 생긴 틈, 그 깊은 골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빠져 있다”고 했다.
이어 “복지와 공적 서민금융이 그 틈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멈춰버린 금융의 엔진을 다시 돌리게 만드는 건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대안으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 실장은 먼저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회피’는 은행이 기존 신용등급 체계에 몰두해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 중저신용자를 외면하는 문제를 의미한다.
김 실장은 이를 두고 “금융이 그 지점을 두려워하며 뒷걸음질만 칠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건 불법 사금융과 절망이다”라며 “이 판을 바꿔야 한다.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낡은 신용평가’라는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것인가”라며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갚을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 예로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 등을 통해 나오는 데이터를 들었다. 그는 “이 데이터들은 중요한 신호다”라며 “기술이 없어서 안 쓰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민금융기관에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현실은 조합원 대출보다 중앙회 예치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이 흐르지 않는 구조라는 의미다.
김 실장은 “기존 서민금융기관은 ‘서로 아는 관계’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며 “노동은 유동적이고 소득은 분산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흩어져 있다.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모델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한국 금융은 거대한 성채와 같다.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며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는 금융 당국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포용금융은 별도의 구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속적인 위험에 연속적으로 대응하도록 금융 구조를 바꾸고 끊어진 구간을 다시 잇게 설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