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2026.4.27 © 뉴스1 허경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를 "거대한 성채"로 비유하며 신용질서 전반의 재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신용자 중심의 금융 구조와 배제된 취약계층 간 이중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3일 오전 페이스북에 '끊어진 시장을 잇는 방법: 금융을 다시 연결하는 설계'라는 글을 올리고 "한국 금융은 성안의 고신용자와 성벽 밖 금융 배제 계층이 분리된 구조"라며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금융의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면서 "개별적인 삶의 모습과 위험은 흐르는 강물처럼 연속적인데, 금융은 그걸 구간으로 나누어 다룬다. 그 사이에 생긴 틈, 그 깊은 골짜기에 수많은 사람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금융 접근성 개선을 위한 세 가지 방향으로 △은행의 위험 회피 구조 개선 △신용평가 체계의 확장 △서민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출을) 거절할 명분을 찾는 대신 어떻게든 '튀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며 "은행이 자기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계단식 위기'를 넘어서는 진짜 금융의 근육이 생긴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접으면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해 고환율과 집값 불안 속에 주택자금 대출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 집행액이 1년 새 약 18조 원 줄어, 서민과 실수요자를 뒷받침해온 주거 지원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관련 안내문. 2026.1.18 © 뉴스1 박지혜 기자
김 실장은 신용평가 방식에 대해선 "과거 연체 이력 중심의 평가를 넘어 소비·납부·플랫폼 데이터 등 다양한 신호를 반영해야 한다"며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나니 절실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을 향해선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하게 해야 한다"며 "'체리피킹(전체 중에서 가장 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민금융과 관련해서는 "기존 기관이 관계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면서 "현실의 노동·소득 구조 변화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서민금융 주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당국은 건전성 관리와 시스템 위기 방지를 사명으로 삼아왔다"면서도 "'건전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결과적으로 성안의 기득권을 더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해온 것은 아닌가 냉정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눈을 들어 성 밖 저 멀리를 바라봐야 한다"며 "해법은 금융당국과, 면허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시중은행·인터넷은행·서민금융기관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포용금융은 별도 구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속적인 위험에 연속적으로 대응하도록 금융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며 "이것이 잔인한 금융의 시대를 넘어, 연결된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immu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