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금배지 욕심낼 때인가 전국 돌며 '보수의 희망' 증명해야"[만났습니다]①

정치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전 09:45

[대담 피용익 부장·정리 노희준 기자] “나를 쫓아낸 당을 살리기 위해 전국을 돌며 헌신하는 모습이 좋은가? ‘배지’(국회의원 상징) 하나 달라고 지역구에서 죽자 살자 뛰는 모습이 좋은가?”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뒤 정치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좋은 기회가 왔다”면서 보궐선거 불출마를 제안한 이가 있다. 합리적 보수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다.

김 전 의장은 이번 선거 국면이 인물난에 시달리는 보수 정치권에서 국민에게 다 드러난 한 전 대표 리더십의 부족한 점(자기희생)을 메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평했다. 그가 원외에 있을 때 국민과 당원이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대표를 시켜줬으니 이제는 보답할 때라는 거다. 한 전 대표는 충고와 달리 ‘브루투스 너마저’(보궐선거 출마)가 됐지만, 김 전 의장은 아직도 기회가 남았다고 봤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을 지난달 27일 이데일리 본사에서 만나 한 전 대표와 길을 잃은 보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물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터뷰
다음은 김 전 의장과 진행한 주요 대담 전문이다.

-한 전 대표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한동훈은 당 대표도 하고 비대위원장도 한 사람이다. 당의 가장 책임 있는, 높은 자리에 가 있었기 때문에 리더십이나 성격, 취향 등의 장단점이 어느 정도 밝혀졌다. 국민이 한동훈 전 대표에게 원하는 게 분명하다. 이번이 한 전 대표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금 우리 정치에서 부족한 게 자기를 비우고 버리는 거다. 비우고 버림으로써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을 못하고 있다. 한 전 대표 본인은 ‘내가 배지도 안 달고 원외에서 당을 위해서 헌신했으니 이제 국회의원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건 본인 생각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배지도 안 달았는데 당과 국민이 비대위원장도 시켜주고 당 대표도 시켜준 거다. 그리고 1년 10개월만 있으면 총선이다. 그때까지 헌신하는 모습 한번 보여주라는 얘기를 한 거다.

-한 전 대표는 당에서 쫓겨났다.

△두 가지를 비교해 봐라. 나를 쫓아낸 그 당을 위해서, 가장 인기가 바닥인 그 당을 위해서 내가 직접적으로 마이크를 들고 나가 후보들과 당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은 건가, 아니면 배지 하나 달라고 지역구에서 죽자 살자 뛰는 모습이 좋은 건가. 이건 비교가 안 되는 거다. 차원이 다른 거다. 그러니까 한 전 대표가 이 좋은 기회를 왜 스스로 박차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출마를 하면) 원 오브 뎀(많은 국회의원 중의 한 명)이 돼버리는 거다. 보수 쪽에 인물이 어디 있나, 없다. 그래서 참 좋은 기회라고 본다. 나는 아직도 그 희망을 갖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 전 대표가 박민식 후보보다는 앞서 있다. (미디어토마토, 북구갑 가상 3자 대결 하정우 35.5%, 한동훈 28.5%, 박민식 26.0% 지지율,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5%p)

△한 전 대표는 ‘내셔널 피겨’(national figure, 전국적 영향력·인지도를 가진 인물)이고 알려져 있으니까. 그렇지만 자칫 잘못하면 지지율이 더 내려갈 수 있다. 왜냐하면 명분이 뭐가 더 강하나. 전국적인 범위가 아니고 지역구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그러니까 조금 더 유리할 때 벗어던져야 한다. 며칠 안에 한 전 대표가 중대 결단을 내리면 사람들이 박수 칠 거다.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보궐선거 출마가 잊히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내가 정치 그만둔다고 선언하고 대중교통을 ㅣ용하면 왜 지하철 타고 다니느냐 하면서 자꾸 말을 걸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농반진반으로 나에게도 잊힐 자유가 있다고 했다. 잊힐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연예인병’ 도진 사람들은 갑자기 고독해지는데, 세월이 길다는 것을 알고 느껴야 한다.

-원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은 없나.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원내에 들어가면 욕만 먹는다. 남이 하면 되게 좋아 보이지만 별거 아니다. 그런 거 알만 할텐테.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터뷰
-보수 희망으로 한 전 대표를 거론했다. 왜 한 전 대표인가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지금 한 전 대표만큼 내셔널 피겨가 보수 진영 내에 없다. 민주당 내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사람이 하고 사람 속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이끌어가게 돼 있다. 어떤 조직이든 기본룰이다. 한 전 대표가 유일하고 전지전능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워낙 사람이 없는데 그 가운데 우뚝 선 사람 중에 한 사람이 한 전 대표다. (율리우스) 시저가 마지막에 암살 당하면서 ‘부르터스 너마저’라고 그랬다.(셰익스피어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등장하는 대사로 신뢰했던 인물의 배신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한동훈이 너마저’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되겠느냐 이거다. 한 전 대표는 뭔가 좀 다른, 리더다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어떤 리더십인가.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은 섬기는 리더십, 자기를 낮추는 리더십, 자기를 희생하는 리더십이다. 지금 너무너무 부족하다. 한국 민주주의가 신음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른바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먼저 던지는 모습을 너무나 못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래서 ‘한동훈이 너마저’ 그런 것이다. 한 전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내가 그걸(한 전 대표 불출마 및 백의종군을 촉구하는 글) 쓰고 난 뒤에 주변에서 ‘한동훈이가 무슨 희망이냐’, ‘당신이 틀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렇게 얘기를 하면 좀 받아들이고 귀를 기울어야 한다.

-이준석 대표ㆍ안철수 의원ㆍ오세훈 시장 등도 있다.

△다 희망이다. 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미 당을 차렸다. 당장은 안 된다. 오세훈 시장은 행정, 시장하겠다고 하니 시장이 당 대표를 할 수 있나. 그러니까 한 전 대표가 유일하다. 안철수 전 대표도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판에 안 전 대표는 너무나 도적적이다. 안 전 대표만 갖고는 안 된다. 그래서 한 전 대표가 남의 자리 빼앗지 말고 다 과감하게 버리라는 거다. 나오려면 수도권 험지에 나와 비장하게 떨어지거나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그러면 한 전 대표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모두 박수를 칠 것이고 그러면 보수에 희망이 생기는 거다.

-보수 재건은 어떻게 할 수 있나.

△기본으로 돌아가야 된다. 보수 가치는 너무 분명하고 간단하다. 세 가지다. 첫째, 투철한 자유민주주의 신념이다. 이거 안 보인다. 사법부가 저렇게 입법부에 의해 ‘조리돌림’ 당하는 것은 헌법 파괴이고 자유민주주의 사망이다. 삼권분립의 핵은 사법부 독립인데, 지금은 특검 시대다. 특검은 원래 여당에 불리한 사안을 하는 것인데, 현재는 완전히 거꾸로다. 여당이 정치적으로 칼자루를 휘두르기 위해 특검을 한다. 또 사법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도 있다. 이런 걸 하고 있는데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한 번 하고 피켓시위 한 번 하고 끝이다. 두 번째는 지도자의 헌신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책임도 헌신도 없고 누리려고만 한다. 세 번째는 도덕적 정당성이다. 더불어민주당 최대 약점이 도덕성과 정당성이다.이걸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한 전 대표가 멀리 보는 정치인으로 귀감으로 삼을 만한 이가 있나.

△우리는 훌륭한 선배 정치인을 북돋아 주지 않는 풍토다. 미국에서 추앙받는 대통령인 미국 조지 워싱턴이나 에이브라함 링컨도 약점 투성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좀 더 훌륭한 점을 부각해 준다. 반면 우리는 박정희·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이라 하면 동상 하나 쉽게 못 세우는 나라다. 희한하다. 미국 국회의사당에 가보면 동상이 다 있다. 선배 정치인을 우리가 좀 내세워 줘야 한다.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 정 찾기 어려우면 이순신 장군의 정신, 사즉생이라도 가져야 한다. 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지 않나.

- 한 전 대표 외 초선 등 정치 신인 중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인물은 없나.

△ 잘 모른다. 지금 그들도 고민이 굉장히 많을 거다. 워낙 정치판이 국민 신뢰가 없으니 굉장히 다운돼 있을 거다. 그래도 초심의 자세를 항상 견지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라는 게 영원불변한 게 아니다. 초심으로 나아가면 그냥 길이 온다. 그런데 초선들이 너무 조용한 것도 이상하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47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경남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동아일보 기자 △제14·15·16·17·18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사무총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제18대 국회 전반기 의장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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