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딜레마가 단순한 수주 경쟁 차원을 넘어 KDDX 사업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위험성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본설계를 수행했던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사업의 기술적 약점과 잠재 리스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DDX의 핵심은 국내 최초로 대형 수상함에 완전 적용되는 ‘통합전기추진체계(IFEP)’다. 기존 함정들이 가스터빈이나 디젤엔진으로 추진축을 직접 돌리는 기계식 구조였다면, KDDX는 가스터빈과 디젤 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으로 대형 추진 전동기를 구동해 함정을 움직인다. 함정 전체 전력을 하나의 전력망으로 통합해 추진뿐 아니라 레이더와 전투체계, 향후 레이저 무기 같은 미래형 무기체계에도 유연하게 분배하는 개념이다.
이 체계는 기계식 기어박스와 추진축 소음을 줄여 대잠 작전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 운용 효율성도 뛰어나 미래형 함정 기술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KDDX 사업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로도 꼽힌다. 문제는 국내에 대형 수상함용 완전 통합전기추진체계를 실전 적용한 경험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대구급 호위함 등에 일부 하이브리드 방식이 적용된 사례는 있지만, KDDX 수준의 완전 전기추진 개념은 국내 최초다.
특히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과 핵심 전력변환 장치 상당 부분을 해외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GE의 가스터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최근 글로벌 방산 공급망 불안과 각국 함정 발주 증가로 적기 공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 지연이 현실화할 경우 가격 상승은 물론 선도함 건조 일정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체계종합업체인 조선소는 단순히 선체를 만드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업체가 개발한 고난도 장비들을 제한된 함정 공간 안에 설치하고, 단일 전투체계와 전력망으로 완벽하게 연동해야 하는 법적 책임까지 떠안는다. 특히 정부가 직접 개발해 탑재하는 관급 장비 개발이 지연되거나 통합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최종적으로 납기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 책임 상당 부분이 조선소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입찰제안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찰제안서는 기본적으로 사업 수행 가능을 전제로 작성되지만, 현실적 위험 요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상황에서 무조건 성공 가능성을 강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통합 난도와 공급망 리스크를 지나치게 상세히 적을 경우 사업 수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는 국내 함정 기술의 도약을 상징하는 사업이지만 동시에 국내 조선·방산업계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체계 통합 사업”이라며 “기술적 리스크와 계약 책임 구조 사이에서 업체들의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이 어떤 수준의 위험 분석과 사업 수행 계획을 담아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