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둘째 날인 지난 30일 대구 중구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 마련된 남산1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2026.5.30 © 뉴스1 공정식 기자
기자 생활 만 12년, 그중 5년을 정치부에서 보내며 깨달은 것이 있다. 넓은 의미에서 선거의 성패 여부를 단순히 '승자와 패자'로만 재단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보다 중요한 것, 그래서 결국 선거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 표를 행사했는지를 보여주는 '투표율'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단위 선거가 늘 그렇듯, 이번 지방선거 역시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도 과거 어떤 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방선거는 좁게는 내가 사는 동네의 일꾼부터, 넓게는 광역단체장과 우리 아이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까지 뽑는다.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선출하는 만큼 다른 어떤 선거보다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솔직히 시·군·구 단체장부터 지방의원, 광역단체장, 교육감 후보까지 모두의 면면과 공약을 자세히 아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집으로 온 선거공보물을 끝까지 정독하는 사람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선거공보물을 펼쳐보자. 후보들의 공약을 모두 비교하기 어렵다면 눈에 들어오는 핵심 공약 몇 가지만이라도 살펴보자. 그것마저 쉽지 않다면 언론 보도 등을 검색해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확인해보자.이마저도 귀찮다면 일단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향하자. 가는 길에 마주치는 후보자들의 현수막과 포스터를 한 번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완벽한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투표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민주주의는 가장 훌륭한 선택만을 요구하는 제도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를 통해 작동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보다 '참여' 그 자체다. 한 표는 작아 보이지만, 그 한 표들이 모여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고 권력을 견제하는 힘이 된다.
정치인들은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투표율도 주시한다. 더 많은 유권자가 참여한 선거일수록 민심의 무게를 가볍게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투표율은 정치인에게 4년 뒤 다시 심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다면 4년 후 유권자의 표심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은 분명하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축포를 터뜨릴 것이지만, 투표율이 높다면 '진짜 승자'는 유권자다. 정치인들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4년 동안 잘하지 못한다면 투표를 통해 심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타전했기 때문이다. 투표는 단순히 선택을 넘어, 권력을 향한 감시이자 견제다. 그래서 찍으러 가야 한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였다. 이는 1995년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후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이었다. 가장 낮았던 적은 2002년 지방선거로 당시 투표율은 48.8%였다.
이번에는 이 저조한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전날(30일) 마감한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은 23.51%였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중 최고 기록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투표율이 높다면 이번 선거의 '진짜 승자'는 유권자인 우리다. 민주주의는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인 시민이 움직일 때 가장 강해진다.
ick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