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돈줄 막힌 유엔, 이대로면 8월 중순 현금 바닥

정치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후 10:3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유엔이 미국과 중국의 분담금 미납·지연 납부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분담국인 미국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납부금을 내지 않은 데 이어 중국도 납부를 늦추면서, 유엔이 이르면 8월 중순 현금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유엔이 미국과 중국의 분담금 미납으로 “파산을 향한 경주”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유엔 기본 재원의 42%를 부담하는 미국과 중국의 돈줄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유엔 운영 전반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에 40억 달러 이상을 체납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의 비효율과 정책 실패를 문제 삼으며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여러 유엔 산하 프로그램과 기구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은 향후 재정 지원도 더 강한 비용 절감과 조직 개편을 전제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역시 유엔 재정난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은 최근 왕이 외교부장의 유엔 방문 기간 약 8억5000만 달러를 납부했지만, 여전히 4억5500만 달러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유엔을 지지한다고 강조해왔지만, 납부 지연을 통해 유엔 내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이 “재정 붕괴의 매우 현실적인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유엔은 8월 중순쯤 현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시점은 구테흐스 총장의 후임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본격화하는 시기와도 겹친다.

로이터도 앞서 구테흐스 총장이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이 “임박한 재정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구테흐스 총장은 미납 분담금뿐 아니라, 쓰지 못한 예산을 회원국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 유엔의 예산 규정도 현금난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이미 대규모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엔은 사무국 직위 3000개를 줄이고, 사무실 폐쇄와 통역 시간 단축 등 긴축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로이터도 구테흐스 총장이 2026년 핵심 예산을 5억7700만 달러 줄이고, 일자리 18%를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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