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오 후보와 정 후보는 부동산 정책에 크게 갈렸다. 오 후보는 민간 중심의 ‘닥치고 공급’을 부동산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선거 기간 578개 재건축·재개발·모아타운 등 정비구역 사업에 속도를 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구체적 공약도 제시했다. 특히 당선 뒤 서울시장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는 첫 국무회의에 들어가 3대 긴급 부동산 정책 개선안 등을 대통령 앞에서 관철하겠고 공언했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해제를 골자로 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여건 정상화와 전월세난 해결을 위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부동산 세금폭탄 예방 장치 마련 등을 제안하겠다는 약속이다.
정 후보도 공급을 강조하긴 했지만, 공공성 중심의 도지재생을 골자로 해 ‘박원순 시즌2’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부동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개편에 대한 입장 발표에서 머뭇거리는 등 규제 중심의 이재명 정부 및 과거 민주당 정부와 차별화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에 의해 현재를 평가한다”면서 “과거 민주당이 부동산을 잡는 데 능력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정원호 후보가 아무리 뭘 얘기해도 잘 먹히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까지 할 수 있는 특검법이 추진된 것도 합리적인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당선 소감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공소 취소 특검 처리를 포기한다는 선언이 없었다. 그에 대한 서울시민 평가가 이번 선거 결과에 담겨 있다고 분명히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 부분 만큼은 자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 후보 당선은 정부 여당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 향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우선 선거를 진두지휘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당권 재도전에 황색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전체적인 지방 권력 장악에 성공했지만, 최대 격전지 대한민국 수도 서울 탈환에 실패해서다. 여기에 오 시장이 이 대통령이 ‘픽’한 정 후보를 접전 끝에 무너트린 데다 그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분명한 대립각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규제 일변도의 정부 부동산 정책과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도 없진 않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오 후보가 5선 시장에 당선되면서 잠재적 대권 후보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계기가 마련된 만큼 서로가 (상대 정책에) 상당한 제동을 걸 가능성 많다”고 말했다.
오 시장 개인적으로 차기 대권 행보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게 중론이다. 이재명 대통령 집권 1년차에 치러지는 불리한 구도에서도 ‘절윤’하지 못하는 당의 지원을 멀리한 채 철저한 개인기로 대한민국 심장 서울 수성에 성공해서다. 오 시장은 “세간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직무에 충실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침체했던 보수 진영에 결과적으로 희망이 될 수 있는 측면은 분명히 있겠다”고 했다. 장동혁 극민의힘 지도부 미래와 관련해서는 오 후보 당선이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혈혈단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 당선과 맞물려 여의도 안팎에서 합리적 보수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두 후보는 강경 노선의 장동혁 지도부와 선을 긋고 보수 혁신과 재건을 주장하며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보수에 승리를 안긴 공통점이 있어서다. 홍 교수는 “보수 재건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데, 오 시장은 무엇보다도 장동혁 지도부 퇴진을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