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선 압승’ 뒤에 국힘 맹추격…3대 여조 지표가 주는 의미는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후 05:36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지난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여권이 차지하며 국민의힘은 직전 지방선거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진보 진영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신호이자 국민의힘의 반등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으로 촉발된 2030 세대의 보수 진영 지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보다 중도 지향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모두발언 후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12일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1%, 국민의힘은 29%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지난 5월 3주차(선거 전)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4%포인트(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7%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양당 격차는 23%p에서 12%p로 크게 줄었다.

지역별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직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우세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과 부산·울산·경남(PK)이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연령별로도 변화가 나타났다. 직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전 연령대에서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0대와 70대 이상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성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남성에서 7%p, 여성에서 8%p 각각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1.3%, 접촉률은 42.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고)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주 초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민주당 41.8%, 국민의힘 41.1%로 양당 격차가 0.7%p에 불과했다.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 41%, 국민의힘 25%로 격차는 여전히 컸지만,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4%p 하락하고 국민의힘은 5%p 상승하며 같은 방향의 흐름을 보였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까지 포함하면 주요 정당 지지도 지표들이 모두 민주당 하락·국민의힘 상승이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 셈이다.

(자료 = 한국갤럽)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완패 프레임’을 차단한 점이 꼽힌다. 여기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정권·선관위 책임론이 부각됐고, 선거 결과 자체보다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인식이 확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NBS 조사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야권이 선전했다’는 응답이 45%, ‘여권이 선전했다’는 응답은 31%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역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행정 책임론, 서울시장 탈환 실패, 주요 재보궐선거 패배 등을 민주당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진보 진영의 지지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진보 진영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2030 여성과 4050 세대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여성은 정원오 후보 48.5%, 오세훈 후보 41.4%였지만, 30대 여성에서는 오 후보가 53.6%를 기록하며 정 후보(42.8%)를 앞섰다. 선거 이후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도 여성층의 민주당 지지세 약화가 관찰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30 여성 15%와 4050 세대 36% 정도를 합쳐 보통 51%를 진보 진영의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본다”며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2030 세대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정부와 여당이 조기에 이 흐름을 잡지 못하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포토]'모두발언하는 장동혁 대표'
다만 국민의힘 우세 흐름이 장기화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구조적인 지지층 확대라기보다 선거 직후 나타나는 반작용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선거 전만 해도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10%대 중반까지 하락한 적도 있었던 만큼 국민의힘 브랜드 자체가 회복됐다기보다는 ‘민주당 독주 견제’ 심리가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형성된 2030 세대의 불만을 국민의힘이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 소장은 “2030이 지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분노해 있다고 해서 재선거 등을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제도를 고려하면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결국 단기적 변수에 불과하다. 2030 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장동혁 지도부가 얼마나 중도 지향적인 모습으로 변화할지, 또 오세훈과 한동훈을 중심으로 보수가 어떻게 재편될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날까지도 장동혁 지도부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전했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장동혁의 정신승리? 그들의 정신 패배”라고 적었다. 전날에는 “민주당은 민주당이 패배했다며 정청래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패배했다며 장동혁 ‘사퇴’를 외치고 있다. 양당 대표들이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의 간사 이성권 의원은 SNS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가위바위보’라고 장난처럼 폄훼한 것은 존엄한 국민주권에 대한 조롱”이라며 “‘12대4’는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참패이고, 서울에서의 승리는 분명한 ‘반(反) 장동혁의 승리’다. 장 대표가 할 일은 민심 이반의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고 조건 없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는 오는 14일 장동혁 대표의 거취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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