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송식 패싱' 정청래, 그 자리엔 김민석…尹·한동훈 묘한 데자뷔[국회기자24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13일, 오전 07:48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길 환송 행사에 정청래 당 대표가 ‘패싱’당한 사건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오는 8월 전당대회 정국과 맞물려 여권 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계파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윤·한 갈등이 고조되던 2024년 10월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환송행사에 불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건도 떠오릅니다.



◇李대통령 환송식 못 온 정청래…靑 “인원 최소화”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유럽으로 출국하며 김민석 총리(오른쪽 앞줄 세번째)와 대화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통상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날 때는 여당 지도부가 공항 환송식에 참석합니다. 정 대표 역시 그동안 이 대통령이 출국 때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합니다.

정 대표가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요청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선관위 운영 상황 등 국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송 인원을 최소화한 것”이라며 정 대표를 환송행사에 초대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합니다.

정 대표의 불참이 더욱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배경에는 그간 대통령 순방 행사에 보이지 않던 김민석 국무총리의 참석이 있습니다. 김 총리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와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당권주자입니다.

정 대표의 이례적 불참과 대조적으로 김 총리의 이례적 참석이 겹치면서 정치적인 해석은 풍부해졌습니다. 전대 앞 이른바 ‘명심’이 누구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줬다는 해석입니다. 업무지시 및 당부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김 총리만 불렀다는 청와대 해명도 썩 납득이 되진 않습니다.

풍부한 정치 경험을 가진 이 대통령이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입니다. 또 ‘꾀돌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전략통인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역시 이 상황을 예측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재명 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우상호 강원지사 당선인 역시 정 대표의 공항 환송행사 불참에 대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윤·한 갈등 치열했던 2024년…한동훈 尹 환송식 불참

2024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맨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대통령실 제공)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약 2년 전에도 대통령 환송 행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치열하게 기싸움을 벌였던 2024년 10월입니다.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5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했습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은 환송식에 참석했으나 한 전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만약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사이가 원만했다면 정치권에서도 ‘지원 유세를 위한 피치 못할 불참’으로 생각해 넘겼을 겁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그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즈음부터 이미 틀어진 사이였습니다. 한 전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채상병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당시 용산 및 친윤계와 완전히 갈라섰습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독대를 요구하고 대통령이 이를 거절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도 이때입니다. 한 전 대표는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 공개활동 자제’와 ‘한남동 라인 정리’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과 갈등했습니다.

물론 그해 10월21일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이른바 ‘제로콜라’ 독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누가봐도 이야기를 들을 것 같지 않은 윤 전 대통령의 표정과 콜라에 김이 빠졌는지 같은 가십만 남기고 독대는 끝났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전면전 시작된 친명-친청…鄭 “국민 영원, 정권 짧아”

지난 5월 12일 정청래 대표(왼쪽 4번째)가 충북 청주시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공천자대회에 참석해 카운트다운 버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후 어수선합니다. 정 대표는 ‘환송 패싱’ 하루 뒤인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발언하면서 더이상 친명계와 다툼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물론 정 대표는 이후 공개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의 어록을 소개하고 또 “이 대통령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 경쟁력”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도 12일 자신의 SNS에는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보완수사권은 당청 갈등이 있었던 사안입니다.

환송 패싱 그리고 정 대표의 발언(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이후 친명계는 계속 화력을 높이며 공개적으로 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황을 고려할 때 8월 전당대회는 어느 때보다 치열할 듯 합니다. 차기 당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 행사와도 직결되기에 친청계도 친명계도 모두 사생결단으로 싸울 가능성이 큽니다. 극심한 네거티브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전당대회 시작부터 대립했던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가 다시 떠오릅니다.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당 대표가 절대 집권 3년차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했지만 둘 다 무너졌습니다. 한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간신히 부산 북구갑 재보선에 당선돼 다시 정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귀국합니다. 정 대표가 이번에는 마중을 나갈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강준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윤 전 대통령 동남아 순방에 불참했던 한 전 대표는 귀국 행사에는 참석해 어색한 악수를 나눴습니다.

만약 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명-친청 치열한 갈등 속에 치러진 후 정 대표가 연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공개적으로 독대를 요구하는 여당 당대표와 이를 거절하는 대통령, 김 빠진 콜라가 있는 독대쇼를 다시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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