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강경 기조'에 경고장 꺼낸 李대통령…폭풍전야 당청관계 금주 분수령

정치

뉴스1,

2026년 6월 14일, 오전 08:40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4.7 ©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 기간 중임에도 '책임'과 '포용·개방'을 강조하며 여당의 기조 전반에 날 선 비판과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자성론과 순방 배웅길 배제에 이어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사실상 세번째 불신임 표현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이 대통령의 추가 메시지 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반응에 따라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의 내홍이 정점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막스 베버의 3가지 정치인 자질을 인용하며 여당의 행태 전반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좋은 의도만 앞세우고 결과는 나 몰라라 하는 '신념윤리' 보다, 결과를 예측하고 책임지는 '책임윤리'가 정치인에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면서 "이상이 없는 현실주의자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기회주의자가 되고,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치가 현실의 제약과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고 이상만 고집하면 독선과 진영에 빠지게 되고, 이상을 잃어버리면 단순한 권력 유지로 전락하기 때문에, 현실을 바꾸려면 가치와 지향을 잊지 않되 역설적으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균형감각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면서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를 찾아 오월영령 참배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26.6.12 © 뉴스1 박지현 기자


鄭 "정권은 짧다", "보완수사권 전면폐지"…李대통령, 순방 중 이례적 與 직격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표면적으로 여당 기조의 대전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재점화된 당청 이상 기류 속 강성 당원 공략에 집중하는 듯한 정 대표 행보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정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호남을 잇따라 찾으며 당원 표심 공략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권은 짧다"는 발언에 이어 이 대통령이 우려를 표하면서도 고심 끝에 한발 물러선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한 줄로 일축했다.

반대 의견과 대안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이뤄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통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 12일 충북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체육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1차 수사에 대해 아무것도 손을 안 대면 피해자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국회의원들이 (수사) 현장 이야기를 듣고 (법 개정을) 논의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새 형사사법체계를 시행한 뒤, 부작용이 발견되면 보완하면 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다 없애고 다시 하자는 것은 진짜 무책임한 것"이라며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안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를 종합하면 순방 중 이례적인 이 대통령의 여당 비판은 당청 엇박자 속에서도 강성 당원·지지층만 의식하는 듯한 정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담긴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ABC' 논란 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청 분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제한 듯하다. 그런데 선거 이후 정 대표 언행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2년차이자 임기가기가 4년 남은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오가는 대통령을 대하는 집권여당 대표의 행동으로 보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6.8 © 뉴스1 허경 기자

李대통령·친명계 전방위 압박…'鄭 대응 수위' 당청 갈등 분수령
이 대통령이 사실상 정 대표에게 3번째 경고장을 꺼내들었단 해석이 확산하면서 정치권은 정 대표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친명(친이재명)계의 대대적인 선거 책임론 및 당대표 사퇴 공세에 주말 일정을 비우고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날 선 메시지가 더해지면서 향후 정 대표의 대응 수위에 따라 당청 갈등이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비판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만큼 일각에선 정 대표가 별도의 언급 등 확전을 자제하며 로키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탄탄한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몸을 낮추며 '약자' 이미지를 쌓아 당권을 노리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오는 18일 이 대통령의 국내 복귀 시점은 정청래 지도부와 청와대 간 봉합 또는 확전 기류를 대내외에 명확히 드러내는 계기로 꼽힌다.

귀국길 마중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던 정 대표가 제외됐던 유럽 순방 출국 행사와 달리 이 대통령의 귀국맞이에 자리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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