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총동창회는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방부는 지금 당장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 이전 시계를 멈추고 원점에서부터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론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동창회는 “국방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투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현재 추진 방식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반발은 최근 국방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2차 국방개혁’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관학교 개편안을 둘러싸고 처음 나온 대규모 예비역 장교 집단의 공식 입장이다.
국방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의 ‘국군사관대학교’ 체계로 묶고, 1~2학년은 대전 자운대에 설치되는 교양대학에서 통합 교육을 실시한 뒤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에서 심화 교육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2+2 네트워크형 통합 모델’이다. 동시에 육사는 서울 태릉에서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국방부가 내세우는 통합 명분은 크게 세 가지다. 자군 중심 문화로 인한 합동성 부족, 사관학교 지원율 및 임관율 감소, 그리고 육·해·공 사관학교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조직·인력·예산 중복 문제다. 국방부는 통합을 통해 미래전 수행에 필요한 합동성을 높이고 우수 생도와 교수진을 확보하는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총동창회는 이러한 논리가 군사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반박한다. 총동창회는 “사관학교의 근본적 역할은 합동성 강화가 아니라 군 전문성 강화”라며 “각 군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관이 사관학교”라고 주장했다. 합동성 교육은 영관급 장교 이후 합동참모 체계와 합동군사교육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이 국제적 추세이며, 초급 장교 양성 단계에서는 오히려 군종별 전문성 함양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특히 공군의 경우 현재 4년 과정에서도 전투조종사 양성 비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교육 기간 단축은 전문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예산 절감 논리 역시 논란거리다. 국방부는 통합을 통해 조직과 인력을 효율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총동창회는 오히려 교양대학과 국군사관대학교 본부를 새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다층적 조직 구조가 만들어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육·해·공 사관학교가 그대로 존치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부 조직까지 생길 경우 비용 절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총동창회는 국방부가 충분한 검증과 공론화 없이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방부가 먼저 통합 계획을 공개했고, 비공개 정책토론회와 제한적인 의견 수렴 방식으로 사실상 결론을 정해 놓은 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역 군인과 수험생, 학부모 등 직접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육사 이전 문제 역시 논쟁거리다. 총동창회는 태릉 육사 부지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국군의 발원지이자 안보 역사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육사 일대에는 육군박물관과 생도전투상, 불멸탑 등 다수의 국가 현충시설이 위치해 있으며, 6·25전쟁 당시 육사 생도들의 참전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수도 서울이라는 상징성과 교육 인프라, 산학협력 환경을 고려할 때 지방 이전이 교육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가 검토 중인 태릉 부지 개발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총동창회는 “지난 80년간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군 리더를 양성한 국가안보의 거점을 한낱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교수, 훈육관, 사관생도들과 소통간담회를 갖고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번 방문은 최근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에 이은 것으로, 국방부는 3군 사관학교 간담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제안과 의견을 검토해 국군사관학교 창설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