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흔들리고 중견국 뜬다”...韓, 저출산·외교 역량 개선 관건[ESF2026]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후 09:52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한국이 새 국제질서에서 승자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저출산과 높은 주거비, 지방 소멸 같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체질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이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제2차 대분기:패권의 격돌과 글로벌 질서의 재편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은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새 국제질서에서 한국을 가장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중견국 중 하나로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햄리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미중 패권 경쟁 속 패권국과 중견국의 역할 변화를 진단하고 한국이 고립주의 파고를 넘기 위한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 최고 권위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CSIS를 26년 동안 이끌어 온 미국의 외교·안보 및 국방 예산 전문가다.

햄리 회장은 “한국은 중견국 가운데서도 새 국제질서의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국제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현재 지닌 경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많은 중견국일수록 법치주의와 예측 가능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려는 이해관계가 강하다”며 “다만 각국은 외부의 혼란보다 내부의 약점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햄리 회장은 한국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내부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새 국제질서에서 중견국의 운신 폭이 넓어지더라도 내부 체질이 약해지면 기회를 살리기 어렵다는 경고다. 특히 저출산과 높은 주거비, 지방 소멸, 현대적 군사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인구구조를 주요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충격적인 출산율이 지속되고 있어 저 역시 이런 한국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인구 붕괴가 계속되면 군 병력 유지와 경제 성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의 안보를 지켜내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높은 주택 가격과 수도권 집중 현상도 균형발전과 산업 기반을 흔들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미 동맹은 단순한 ‘동맹’을 넘어선 포괄적 파트너십임을 강조하며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경쟁과 북핵 위협, 미국의 대외 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은 한국이 선택해야 할 현실적 안보 전략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북 핵 억지력 문제 역시 앞으로 한국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핵심 안보 쟁점으로 내세웠다. 핵 억지력은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확실하다는 인식을 심어 공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는 “견고한 안보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의문점이라면 핵 억지력이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여기에 대한 답변은 한국이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핵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 북핵 고도화, 역내 군사 균형 변화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안보 전략도 더 정교해져야 한다는 취지다.

햄리 회장은 한국이 더 큰 글로벌 비전을 가지고 국제사회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 관료들과 이야기해보면 세계 9위권 경제 규모를 보유했지만 여전히 한반도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다”며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외교 인프라 역시 경제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며 “한국은 네덜란드 경제 규모의 2.5배지만 외교의 크기는 네덜란드 만큼 규모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햄리 회장은 “중견국 시대에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인접국과 활발한 소통을 해야 한다”며 “한국이 앞으로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외교 역량과 국가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간다면 한국이 충분히 새 시대에 한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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