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잠수함 전력 구조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필자는 미래 한국 해군의 잠수함 전력을 디젤잠수함 18척과 핵추진잠수함 6척으로 구성된 ‘하이-로우(High-Low) 믹스’ 체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잠항과 원거리 작전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디젤잠수함은 연안 작전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양 전력을 적절히 조합하면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디젤잠수함들이 순차적으로 퇴역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단순 폐기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만큼, 퇴역 잠수함 역시 국가 자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박물관 전시나 지방자치단체 안보공원 전시이다. 국민들에게 잠수함의 중요성을 알리고 해양안보 의식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교육훈련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잠수함 승조원 양성 과정에서 실제 함정을 활용한 교육은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 세계 각국은 퇴역 잠수함을 해외에 판매하거나 우방국에 무상 공여하는 방식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협력을 넘어 방산 수출과 후속 군수지원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난 해 12월 29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서 열린 대한민국 최초 잠수함 장보고함 퇴역식이 끝난 뒤 장보고함 현역 및 예비역 승조원들이 장보고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잠수함 건조국으로 성장했지만, 핵심 장비와 일부 부품은 여전히 해외 기술 의존도가 존재한다. 향후 핵추진잠수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산화율을 더욱 높이고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독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퇴역 잠수함을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활용해 왔다. 신형 소나 체계, AIP추진장치, 통신체계, 전투체계, 배터리 기술 등을 실제 잠수함에 장착해 시험함으로 운용함으로써 개발 위험을 줄이고 성능을 검증함으로써 수출에도 기여했다.
실제 함정 환경에서 실시하는 시험은 육상 실험실에서 얻을 수 없는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특히 잠수함은 수압, 진동, 소음, 전자기 환경 등이 매우 특수하기 때문에 실함 시험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한국도 퇴역 잠수함을 활용하여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무인잠수정 운용체계, 인공지능 기반 전투체계, 저소음 추진기술, 신형 센서체계 등을 시험하는 전용 연구개발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무인잠수정 운용체계, 인공지능 기반 전투체계, 잠수함 스크류 등은 국산화개발 시험이 긴요한 품목들이다. 이는 미래 핵추진잠수함 개발 과정에서도 막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퇴역 잠수함은 임무를 마친 고철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응축된 국가 전략자산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4대 잠수함 강국을 넘어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퇴역 잠수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잠수함은 건조할 때보다 퇴역 이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이제는 퇴역 잠수함을 버리는 시대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자산으로 재탄생시키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특임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