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연말 분수령…전환 속도 내는 韓, 조건 검증 조이는 美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21일, 오후 02:5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와 군 수뇌부가 잇달아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한미 간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군사적 준비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조건 충족이 먼저”라며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연말로 예상되는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 설정을 앞두고 양국 협의가 최대 안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11월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거쳐 연말께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직후 “주권국가로서 한반도 방위는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작권 전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방비 증액 의지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우리 돈 내면서 우리 방위를 우리가 책임질 것인데 전작권을 미국이 왜 갖고 있느냐”고 언급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회담에서는 전작권 전환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스스로 지키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안 장관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의 자신감은 한미가 2020년 전작권 전환 조건 대부분을 충족했다고 평가한 데서 나온다. 안 장관도 최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우리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측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다. 그는 지난 4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2029년 1분기까지 조건 달성을 목표로 한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우리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일을 하도록 떠밀릴 가능성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하며 조기 전환에 대한 우려를 재차 드러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최근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미군의 작전계획과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책임이 존중되는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군 수뇌부 전반이 속도보다 조건 충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인식은 미국 의회의 최근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통과시킨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회의 통제 장치를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했다.

법안은 내년 3월부터 2030년까지 90일마다 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로드맵 이행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의 독립적인 평가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또한 전작권 전환 60일 전에는 해당 조치가 미국 국익에 부합하고 동맹국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는 점을 국방장관이 의회에 인증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정치적 판단만으로 전작권 전환이 결정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의회가 ‘조건에 기초한 전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군 전문가들의 평가를 더욱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한미는 2018년 체결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따라 단계적으로 검증을 진행해 왔다. 2019년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를 마쳤고, 현재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단계다. 향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검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Pete B. Hegseth) 미국 전쟁부 장관이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국방부)
관건은 한국군이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실질적으로 지휘할 능력을 미국이 인정하느냐다. 감시정찰(ISR) 능력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연합지휘체계 운용능력 등이 핵심 평가 대상이다.

한국군은 최근 정찰위성 5기 확보와 글로벌호크 운용 등을 통해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이 보유한 방대한 전략정보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군이 보유한 ISR 정보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미사일방어체계 역시 과도기 단계다. L-SAM 블록Ⅱ, PAC-3 MSE 추가 도입, 한국형 아이언돔 등 핵심 전력들이 아직 구축 과정에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무기를 복합적으로 운용하는 상황에서 방어체계의 완성도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미 양국은 이미 2018년 SCM에서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미래연합사령부 체제로 개편되더라도 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고 부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 역시 계속 주둔하며 확장억제 공약도 유지된다.

한 군사 전문가는 “연말 목표연도 설정을 앞둔 지금, 전작권 전환은 군사적 능력 검증과 정치적 의지, 동맹 관리가 복합적으로 얽힌 한미동맹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