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 민소영 전 송파구 선관위원장(왼쪽), 오민석 전 서울시 선관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투표용지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침해진상규명 및 선거관리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자리하고 있다. 2026.6.23 © 뉴스1 신웅수 기자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3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일축하며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위원장으로 위원회가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중앙선관위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추는 종합 관리지침 변경을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한 사실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것엔 "짧은 보고는 했을 것"이라면서도 보고받은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함께 출석한 허철훈 전 사무총장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에게 큰 불편과 혼란을 끼쳐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지침을 바꾼 배경에 대해선 "한국행정연구원 용역 결과뿐만 아니고 투개표는 구·시군 선관위에서 하기 때문에 구·시군 위원회 직원들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가 늑장 대응했다는 지적에 노 전 위원장은 "서울시(선관위)에서 중앙에 신속하게 보고했으면 초기 대응과 실효적 대응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때 보고가 안 돼 선거 상황실에서 제대로 대응을 못 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위 직무대행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의에 "그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진상을 조사하고 대책에 관해서도 국민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선관위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선관위원장이 사임하고 나서 수습할 업무 자체가 공백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사퇴하면) 결재 라인(체계)이 무너져 버린다. 아무것도 못 한다"고 덧붙였다.
위 직무대행은 증거 인멸이 의심된다는 지적에는 "증거인멸은 전혀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출국금지 조치 여부를 묻는 말에는 "그건 모르겠다",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 여부에는 "아직은 없다"고 각각 답한 뒤 "잘못이 있으면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위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기관 보고에서는 원포인트 개헌을 통한 선관위 감사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가 위헌으로 결정됐다는 점만 내세울 게 아니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에 "그 부분은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본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는 중앙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서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헌법 제114조에 따라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독립성을 인정한 결정이다.
위 직무대행은 인쇄 축소 결정이 사무총장 전결로 이뤄진 데 대한 비판에는 선관위가 "위원회와 사무처의 이원 구조"라며 "중요한 사항은 (위원회가) 의결하도록 하는데, 사무처 일은 잘 모르는 경향이 있고 전문적인 기술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앙에서 통찰해서 잘 감독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인쇄 축소안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 회의에서 보고가 됐으나 논의는 없었다"며 "(회의 뒤) 전결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노 전 위원장은 중앙선관위원장 비상임 체제를 두고는 "더 이상 유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원장은 1963년 선관위 창설 이래 대법관이 비상근으로 겸직해 왔는데, 이는 내부 통제와 관리 미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노 전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하며 "개헌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재직 당시 호주·독일·에스토니아 등으로 부부 동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엔 "제가 먼저 요구한 바는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전부 다, 틀림없이 그렇게 해왔고 아무런 이의제기한 바도 없어 특별히 큰 의문을 갖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지금 관점에서 보면 국민에게 (부적절하게) 비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했다.
부당한 자금이 있다면 반환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점이 있었다면 반환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특위는 이날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한 44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의결했다. 전날 중앙선관위 전·현직 관계자 27명과 서울시선관위 관계자 6명, 송파구선관위 관계자 10명 등 증인 43명에 참고인 1명을 더해 부르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강제력이 없는 탓에 이날 오전 회의에는 노 전 위원장과 위 직무대행 등을 제외하고 중앙선관위원 7명과 오민석 전 서울시선관위원장(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 16명이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가 불출석을 질타하자 김대웅·남래진·박순영·윤광일·조병현 위원 등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5명과 오 전 위원장, 민소영 전 송파구선관위원장(현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이 오후 기관보고에 뒤늦게 나타났다. 김한광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송파구선관위 위원 6명도 이날 오후 6시쯤에야 출석했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출석요구서를 출석요구일 7일 전까지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는 전날 증인·참고인 명단에 합의해 이날은 각 기관을 통해 출석을 요청한 상태였다.
국조특위는 7월 1일 중앙선관위와 각급 선관위, 행정안전부, 경찰청으로부터 2차 기관보고를 받기로 했다. 또 7월 8일 현장 조사에 이어 14일 1차 청문회, 22일 2차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특위는 선관위 조직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전면 개혁 방안을 마련할 '전문가 예비조사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정태호 경희대 법전원 명예교수,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국민의힘은 문상부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과 이희범 한국NGO연합 상임대표,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비교섭단체인 혁신당과 개혁신당은 김현숙 혁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류종열 전국시국회의 공동대표를 추천했다.
이들 전문가는 국회의장의 승인을 거쳐 위촉된 뒤 선관위 개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특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masterki@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