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에 거주하는 B씨는 작년 1월경 아동학대로 미취학 자녀 2명을 보호시설에 보낸 뒤, 이후 8개월 동안 아이들의 급식카드로 자신의 식사비 등 200만원어치를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결식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아동급식카드’가 관리 소홀로 인해 부모들의 술·담배 구입이나 허위 결제에 도용되는 등 부정 사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일부 아동들은 낙인감이나 사용 방법 미숙지로 카드를 쓰지 않아 연간 171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그대로 소멸되고 있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취약계층 아동 15만 명, 총 5621억 원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전국 182개 지방정부의 급식카드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됐으며, 전체 카드 사용 내역 분석과 현장 점검이 함께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마트의 경우 편의점과 달리 술·담배 등 구매 금지 품목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결제 제한 시스템이 없어 부정 사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17개 시·도 표본조사 결과, 서울·부산·인천·광주를 제외한 13개 광역 지자체의 일반마트에서 급식카드로 술과 담배를 구매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심지어 아동의 부모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분식점에서 자녀의 급식카드로 총 1295만원을 전액 허위 결제해 유용하는 등 총 55명(약 1억 7000만원 상당)이 적발됐다.
급식 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이나 심야시간대 사용도 빈번했다. 지난해 1~8월 전체 발급 카드의 약 14%가 카페, 술집, PC방, 학원 등 급식 취지와 무관한 부적정 업종에서 사용됐다. 결제 금액은 12억 5000만원에 달했다. 또한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 심야시간대에 결제된 금액만 전체 충전액의 4.4%인 약 92억 원에 이르렀다. 자격 변동 관리의 허점도 심각해, 아동이 학대로 보호시설에 입소해 분리된 후에도 부모가 카드를 무단 사용하거나 아동이 사망했음에도 부모가 급식카드를 계속 도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아동들이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나 사용법 미숙지로 인해 카드를 사용하지 못해 자동 소멸된 금액은 2024년 기준 연간 171억원으로, 전체 충전 금액의 7.8%에 달했다. 연간 충전액의 10% 미만으로 사용한 아동도 4800여명이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에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카드사와 협의해 일반마트까지 금지품목 결제 제한 시스템을 전면 확대하고, 심야시간 이용 및 부적정 업종의 가맹점 등록을 자동 제한할 방침이다. 또한 부정한 허위 결제에 협의한 가맹점주는 가맹점에서 즉시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회복지 전산망인 ‘행복e음’과의 시스템 연계를 강화해 아동의 사망이나 시설 입소 등 자격 변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알림 기능을 개선하고, 장기 미사용 아동 등은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또한 잔액 알림 문자를 발송하는 등 맞춤형 안내를 강화하고, 일반 카드와 구분되지 않도록 디자인 개선을 지속 안내할 계획이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장은 “지방정부가 급식카드 발급에 치우쳐 관리엔 소홀한 부분이 확인돼 아동급식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도시락·반찬 등 급식지원제도 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대안의 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