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관 지명해 위원장 상임화"...선관위 부실 막으려면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25일, 오전 06:03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리]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한다. 이 말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최근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선거관리 문제다. 초장에 제대로 해결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 번지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비위 직원들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비난을 넘어 선관위 존폐까지도 논의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원 포인트 개헌으로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권을 인정하자는 말까지 한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시 선관위 1차 압수수색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시 선관위 1차 압수수색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록 선관위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선관위 폐지나 원 포인트 개헌으로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이 선관위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 개혁한다더니 검찰청을 폐지한 것에 이어 선관위 개혁의 방안으로 선관위 폐지 또는 유명무실화하는 것이 옳은가? 적어도 우선적인 대안은 선관위 정상화이지, 선관위 폐지는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 선관위는 지난 1960년에 있었던 3·15 부정선거라는 특별한 경험에 기초한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선거관리업무를 위해 별도의 헌법상 기관을 두지 않고 있으며, 선거관리에 필요한 전국적 조직과 인력 동원 능력을 갖춘 행정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선관위를 폐지한다면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이 길뿐이다. 자유당 정권에서 3·15부정선거를 벌였던 그 선거관리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하겠는가? 더군다나 부정선거 음모론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개표 오류, 투표결과 입력 오류 등이 선관위가 아닌 행정부에서 선거 관리를 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부정선거 규탄이 전국으로 번지고 이는 제2의 3·15 부정선거 사태로 비화됐을 것 아닌가?

원 포인트 개헌으로 감사원에게 선관위 직무감찰권을 주는 것은 또 다른 위헌성 문제를 낳는다. 이미 헌재에서 위헌으로 판단한 것을 개헌으로 억지 합헌을 만든다는 것은 실질적 위헌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미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던, 군인 등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제한(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을 유신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억지 합헌을 만들었던 그 전철을 다시 밟고자 함인가?

현 상황에서 선관위 개혁을 위한 올바른 방향은 세 가지로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중앙선관위 상임화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위원장 및 위원들의 비상임 체제에서는 직원들의 기강해이 및 도덕적 해이를 관리·통제할 수 없다. 현재 중앙선관위원 9명 가운데 선거업무를 전담하는 상임위원은 1명뿐이며 나머지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은 모두 비상임이다. 다만, 위원장의 상임화를 위해서는 현직 대법관이 아니라 전직 대법관을 지명해 상임화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방선관위도 전직 법원장 등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의 긴장감 및 집중도를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거 전 적절한 시기에 직원 워크숍, 동원되는 기관 공무원들에 대한 사전교육 강화 등에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써야 한다. 6·3 지방선거 투표소는 전국 1만4000여 개지만, 선관위 직원은 3000명 정도로 사실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 선거 실무를 떠맡기는 구조다.

셋째, 선거관리업무에 대한 외부감사의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현행법 하에서는 대통령 소속 하의 감사원을 포함해 선관위 직무감찰을 담당할 외부감사기관이 없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감사원을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바꾸는 것이 정답이다. 다만, 개헌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당장의 대책으로는 선관위 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 의한 감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선관위 문제는 지난 60여 년의 방만한 운영이 누적된 결과다. 그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들도 중요하지만, 선관위의 특수한 지위와 역할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고 상세하게 개혁안을 다듬어 가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선관위 부실을 개혁한다면서 정작 부정선거 의혹에 길을 터주고 역사적 퇴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 사이비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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