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사관학교 통폐합 중단 청원’이 동의자 8만3000명을 넘겨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5만명)을 충족했다. 여기에 방첩사령부 개혁과 사관학교 통합 등을 비판하며 제기된 ‘안규백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 청원’도 19만6000여 명의 동의를 얻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안에 대해 육사 총동창회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데 이어 박판준 육사(예비역 대령)·이범림 해사(예비역 중장)·황성진 공사(예비역 중장) 총동창회장은 최근 회동을 갖고 정부의 졸속 추진에 공동 명의로 대응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교 양성체계 개편·우수 인재 확보가 출발점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해 9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지시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산하 사관학교 개혁분과가 꾸려지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자문위 권고안은 현행 사관학교 교육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봤다. 장교에 대한 직업적 매력 저하, 낮은 교육 만족도, 과도한 생활통제, 긴 의무복무 기간 등으로 우수 인재 유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모자를 던지며 임관을 자축하는 신임 장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자문위가 내놓은 처방은 ‘2+2 네트워크형 통합’이었다. 육·해·공사 생도들이 1·2학년 때 함께 기초학문과 군사기초교육을 받고, 3·4학년에는 각 군 사관학교에서 전문교육과 군사훈련을 받는 방식이다. 이 구상은 장기적으로 더 넓은 국방교육 체계 개편을 염두에 뒀다. 권고안에는 육·해·공사뿐 아니라 간호사관학교, 국방어학원, 장교교육단(학사·학군), 국방과학기술대학 등을 포괄하는 가칭 ‘국군사관대학교’ 설립 방안이 담겼다. 단순히 세 학교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장교 양성기관을 총괄하는 특수목적 종합대학교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교육개혁의 방향도 명시됐다. 민간교수 비율을 60% 이상으로 높여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반 교육과 AI 시대에 필요한 융합형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자는 내용이었다. 우수 생도 모집을 위해 교육환경과 교수진,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민간대학과의 교류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국군사관대학교(가칭) 조직 권고안
그러나 국방부 검토 과정에서 논의의 초점은 달라졌다. 자문위 권고안에 담겼던 교육개혁의 큰 그림보다 육·해·공사 통합, 대전 자운대 1·2학년 공통교육 문제가 전면에 부각됐다. 특히 해·공사는 기존 부지(진해·청주)를 유지하는 반면, 육사만 서울 태릉 교정을 완전히 폐교하고 전남 장성 상무대나 경북 영천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부동산 희생양’ 논란이 일었다. 자문위 권고안은 우수 생도 및 교수진 확보를 위해 국군사관대의 현 태릉 부지 활용을 권고했으나 지역균형발전 논리 등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에 군 안팎에서는 정부가 태릉골프장 일대 주택 공급 계획과 연계해 육사를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역대 육군참모총장 13명은 성명을 통해 “6·25전쟁 초기 생도 절반이 목숨 바쳐 싸운 호국의 요람을 한낱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지난 5월 27일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교수 및 훈육관과의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국방부)
사관학교 개혁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원래 논의는 미래 장교교육체계 전체를 개혁하자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사관학교 3개를 합치는 문제만 남았고 교육 논리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재정 소모 문제도 지적된다. 과거 서울 수색에 있던 국방대학교의 논산 이전 사례를 기반으로 한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대전 자운대에 1~2학년 통합 시설을 신축하는 데 최소 7000억 원, 육사 3~4학년 시설의 지방 신축에 6000억~8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첨단 교육 시스템 현대화 및 조직 개편 비용을 합산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최소 2조 4000억 원에서 최대 3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