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김 실장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는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루고, 그 연결이 완성될 때 한국은 AI 공급망 전체를 떠받치는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며 “생산능력과 유동성, 청년이라는 세 축을 통해 AI 시대 국가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달 29일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대규모 산업·인프라 투자 구상에 대해 언급했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은 글로벌 AI·반도체, 배터리, 조선,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총 4755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처음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총 4755조원. 반도체 800조원. AI 데이터센터 573조원”이라며 “한국 경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숫자들이 등장하자 ‘정말 가능한가’, ‘급조된 이벤트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했다.
다만 김 실장은 해당 발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번 발표를 한국 제조업의 기틀을 다진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이후 가장 담대한 규모와 스타일의 신산업정책으로 해석하는 분석이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이같은 투자 규모를 두고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다”라면서 “스케일이 달라졌다. 이 변화는 일부 지역의 투자 이슈가 아니다. 대한민국 거시경제 전체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AI 혁명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기업 실적이 아닌, ‘더 많은 생산’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김 실장은 “더 많은 생산은 더 큰 잉여를 만든다. 이제 국가의 과제는 그 잉여를 어디로, 어떻게 흘려보낼 것인가다”라며 “지금 한국 경제라는 비이커에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의 물이 들어오고 있다. 기업 이익이 늘고, 투자 기대가 커지며, 국내외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같은 변화로 가장 먼저 ‘유동성’이 체감된다고 했다. 다만 확대된 유동성을 두고 “수도권 부동산과 투기성 자산에만 몰리면 집 전체가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한쪽만 과열된다”며 “해법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닌 군불을 다른 방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 해법으로는 “비수도권에도 팹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은 지방을 위한 시혜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규모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수록 유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거대한 CAPEX를 모두 수도권 안에서만 감당하려 한다면 가장 먼저 한계에 부딪히는 곳도 수도권”이라고 지방 분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김 실장은 최근 급등한 환율에 대해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국내 자본시장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와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도 함께 나타난다”며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기대만큼 강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페이스북
재정과 관련해서는 “장기추세를 넘어서는 재원은 단기 경기 대응보다 청년, 미래 산업, 교육, 지방 경쟁력 같은 전략적 분야에 우선 연결되어야 한다”면서 생산혁명이 만들어낸 잉여가 생산적인 투자와 미래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본의 흐름을 관리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여전히 우리는 ‘어느 지역이냐’, ‘숫자를 믿을 수 있느냐’는 논쟁에 머물기 쉽다”면서 “메모리 구조적 우위가 한국에 역사적 기회를 가져왔다. 그 기회를 살릴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팹을 짓지 못해 해외로 보내야 하는가. 전력과 용수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증설 시기를 놓칠 것인가. 유동성을 관리하지 못해 금융 시스템의 부담을 키울 것인가. 모두 같은 질문의 다른 얼굴”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같은 질문에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순서는 바뀔 수 없다. 팹을 짓자. 전력과 용수를 풀자. 더 큰 생산이 더 큰 잉여를 만들고 그 잉여가 더 나은 분배의 재원이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실장은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라며 “작은 경제의 문법으로는 큰 경제를 다룰 수 없다”며 “생산혁명의 시대에는 생산의 스케일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생각하는 스케일도 함께 커져야 한다. 우리의 준비도 그 스케일에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