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5 © 뉴스1 허경 기자
청와대가 6일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불거진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이 부위원장의 5·18 관련 부적절한 메시지에 공개적으로 경고를 한 지 이틀 만이다.
'호남 당심'이 중요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여권 내에서 이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스스로 직을 내려놓을 것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청와대는 책임과 권한이 큰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임명된 주요 구성원으로서 (이 부위원장에게)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경고 조치를 시행했다"며 "이후 사안이 매우 엄중한 까닭에 이 부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했고, 이에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일 배재고 야구부가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으로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이라며 "대한민국보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놓고 5·18 폄훼 논란이 불거지자 이 부위원장은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같은 메시지가 여권의 공분을 사면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청와대는 지난 4일 이 부위원장에게 엄중 경고하며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이 부위원장은 전날(5일)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험한 주장들'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주관적인 상처와 대상을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재단하면, 결국 그 누구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소수의견을 낼 수 없게 된다"라고 여권을 겨냥했다.
그는 "성찰의 책임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 권력이나 제도적 징계를 통해 말의 입을 막으려는 순간 자유주의는 종말을 고한다"라며 "표현의 자유 옹호가 5·18 모욕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절망적이라서 더 이상 언급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일각의 양비론적 표현의 자유 제약 가능성의 주장들이 퍼지고 있어서 내가 이해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다시 밝힌다"고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도 '신념을 지키는 비용'이란 제목의 글에서 영국의 정치가 토마스 모어의 일화를 소개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헨리 8세가 카톨릭 교회와 결별하고 영국의 종교적 수장이 되려 하자 모어가 도덕적 양심에 어긋난다며 동조하지 않다가 처형당했다는 내용이다.
5·18 발언을 두고 여권의 화살을 맞는 상황에서 이같은 글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 부위원장과 여권의 대립이 지속되자 청와대는 결국 사퇴 권고라는 강수를 뒀다.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직은 행정규제기본법상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해촉할 수 없는 만큼 공은 이 부위원장에게 넘어갔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까지 나서 이 부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직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린 역사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사람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했고,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5·18 민주혁명과 유가족, 광주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다. 경고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측근으로 활동한 보수 진영 인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다. 국민통합과 외연 확장이란 목적으로 이뤄진 인사지만 여권의 공분을 사는 발언으로 거취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며 애초 목적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만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anantw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