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로 뭉친 한미일, 중러에 대항한다…원전 공급망 '진영화'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오후 05:38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과 미국, 일본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각서(MOC)를 체결한 가운데 중국·러시아의 전 세계 원자력 시장 장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한미일의 MOC 체결은 미 국무부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13일 외교부 당국자는 취재진과 만나 “한미일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인태(인도태평양) 국가들에 경쟁력 있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력각서 체결 이후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이를 환영하는 반응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3국 외교장관은 지난 7일 튀르키예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SMR 도입 지원을 위한 MOC를 체결한 바 있다. 협력각서에는 표준 노형·간소화된 계약 절차를 통한 다수의 SMR 건설사업 지원 등이 담겼는데 이번 각서 체결은 지난해 미국 국무부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일과 SMR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중·러의 원자력 에너지 공급망 장악에 따른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원전 수출 시장의 90%를 러시아가 차지한 가운데, 중국 역시 현 시점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80기 중 39기를 맡으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SMR 설계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 원전 시공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공급망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은 1970년대 후반 고리 1호기 건설 이후 원전 시공 역량을 지속 축적해왔고 납기와 예산을 지키는 데 정평이 나 있지만, SMR 분야 기술력 자체는 미국 등과는 다소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미일이 손을 잡고 단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낼 뿐더러, 중·러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이번 MOC 체결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SMR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 진영화와도 연관될 가능성이 커 한미일과 우호적인 국가가 주요 수요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은 보통 건설부터 연료 조달까지 계약을 맺은 국가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동맹국이나 우호국이 아니면 쉽게 계약을 체결하기 어렵다.

이번 협력이 한미간 안보협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민간용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2015년 개정한 한·미 원자력협정 등에 근거해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전엔 미국이 한국을 핵 비확산 측면에서 허가와 규제의 대상으로 봤다”며 “이젠 공급망,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필요한 동맹국이자 동등한 파트너가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후,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각서(MOC)에 서명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후,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각서(MOC)에 서명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