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작은 공을 쏘아올리던 난장이는 사라졌을까

정치

뉴스1,

2026년 7월 14일, 오전 05:05

2025.12.11 © 뉴스1 구윤성 기자

지난 주말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시 펼쳤다. 학창 시절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비극을 그린 소설로 읽었다. 시간이 흘러 기자가 되고, 전셋집 계약서를 직접 쓰고, 대출 이자를 매달 갚는 나이가 되고 보니 다른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소설은 결국 '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난장이 가족에게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도시는 그 터전을 숫자로 환산했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냈다. 삶보다 가격이 먼저 계산되는 순간, 사람은 쉽게 작아졌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재개발이라는 단어는 신도시와 정비사업, 공급 확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철거민 대신 영끌과 전세난, 갭투자라는 단어가 생겼다.

집을 둘러싼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세대는 결혼보다 청약을 먼저 공부하고, 월급보다 부동산 대출 한도를 먼저 계산한다. 집은 살아가는 공간보다 '언제 사야 하는 자산'이 됐다.

이재명 정부도 집값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실거주 중심의 주택 보유 환경을 만들고 투기를 억제하면서,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정책의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수많은 정책의 약속과 번복을 기억하고 있고, 청년들은 수없이 반복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말을 쉽게 믿지 못한다. 숫자로는 공급이 늘어도, 체감되는 희망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다.

정책은 숫자로 평가받는다. 몇 만 호를 공급했고, 집값이 몇 퍼센트 오르내렸는지가 성적표가 된다. 하지만 정작 평범한 대다수 국민은 '언젠가는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간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통계가 아니라, 그 질문 앞에서 불안을 덜어냈는지로 증명돼야 한다.

내 또래에게 집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다. 독립의 조건이고, 결혼의 전제이며,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평생 모아도 따라가기 어려운 집값 앞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아직 끝난 소설이 아니다. 소설 속 난장이는 철거를 피해 흩어졌고, 오늘의 청년들은 끝없이 치솟는 집값 앞에서 미래를 미루고 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집 때문에 삶이 흔들린다'는 사실만은 반세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난장이는 작은 공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그 공은 희망이었는지 절망이었는지 끝내 알 수 없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희망이 아니다. 성실하게 살아가면 삶의 터전 하나쯤은 마련할 수 있다는 너무도 평범한 믿음이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토론회에서 나올 정책도 그 믿음을 만드는 자리여야 한다. 난장이가 남긴 질문에 이제는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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