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국회에 혈세 55억 '허공'…위원장 협상→공식으로+법사위 힘빼야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전 05:30

[이데일리 노희준 안소현 김한영 기자] 여야가 국회 가동의 첫 출발점인 국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등을 선출하는 ‘원구성 협상’에만 평균 42일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은 있되 국회가 굴러가지는 못하면서 이 기간 55억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사실상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협치에만 의존해 반복되는 ‘늑장국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장을 자동으로 배분하고 법제사법위원회 힘빼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이데일리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확인한 결과 13대 국회(1988년)부터 22대 상반기 국회(2024년)까지 국회 원 구성 협상(국회의장 선출일~상임위원장 선출일)에 평균 41.6일이 걸렸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이 1억6000억원 것을 감안하면 국민세금 55억원이 여야 일할 채비 준비에만 쓰인 셈이다. 늑장 국회는 불법이다.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원장은 최초 집회일에서 3일 이내에 선출돼야 한다. 제22대 후반기 국회 역시 지난달 5일 조정식 국회의장을 선출한 뒤 13일 기준 39일째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대립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법사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고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늑장 국회에서 민생법안 심사가 지연되거나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장윤기 사건’으로 관심사가 된 검찰의 보완수사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여당은 지난 10일 야당이 참여하지 않는 채 법안심사소위를 가동하며 법안 처리 속도전에 나섰다. 지난 10일 의안정보시스템 기준으로 현재 본회의 부의돼 심사를 기다리는 안건은 69건이다.

헛바퀴 원구성 협상에 따른 국회 공백 장기화가 반복되는 것은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이 원내교섭단체간 의석비율에 기초한 협상에만 의존해 있어서다. 현재 국회법에는 어떤 교섭단체가 상임위원장을 몇 개 맡고 어떤 상임위원장을 차지할지 명시적 규정이 없다. 특히 국내는 국회법에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해놔 2년마다 원구성 협상을 따로 해 협상 피로도가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기를 반으로 쪼개 다시 (의장단·상임위원장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대부분 나라는 원구성을 1번만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법사위가 뜨거운 감자다. 법사위는 해당 상임위를 넘어 모든 다른 상임위 법안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어서다. 모든 법률은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를 가기 전에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받는다. 체계자구심사란 타법률과의 관계나 내부 조항간 충돌 여부 등을 살피는 형식적 과정이다. 여야는 이 심사권을 남용해 내용을 고치거나 법안을 오래 계류시켜 법사위에서 모든 상임위 법안을 통제해왔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 의회는 양원 모두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한다. 승자 독식형이라 갈등 소지 자체가 없다. 원내의석에 비례하게 상임위원장을 공식으로 선출하는 국가로는 독일·핀란드·오스트리아·스웨덴이 있다. 국내처럼 상임위원장을 협상을 통해 배분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벨기에·덴마크·스페인 등이다. 때문에 ‘협상법’이 꼭 늑장 국회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다만, 국내 양극화된 정치 지형과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 이 협상법과 맞물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상을 하는 나라도 최근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협상이 안되는 사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면서 “협상력을 발휘하면 되지만, 양극화된 구조에서 잘 안 되기 때문에 규칙을 만들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소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도 “법정 시한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원구성이 완료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세비 감액 등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데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장치를 마련하고 법사위 권한을 줄이는 힘빼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떼내 사실상 ‘게이트키퍼’역할을 하는 법사위 위상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분리해 별도로 체계자구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놨다. 앞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6월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기능만 분리해 전담하는 상임위인 ‘법제위원회’를 신설하고 기존 법사위는 ‘사법위원회’로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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