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 화환은 아이들에게 가지 않았다

정치

뉴스1,

2026년 7월 15일, 오전 07:11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배재고등학교 앞에 응원 화환을 보냈다고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이진숙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에 사과하러 떠나기 하루 전, 학교 앞에 화환 하나가 놓였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낸 것이었다. 화환에는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냐",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러 가는 길목에, 이 의원은 '잘못 없다, 너희 편'이라는 화환을 세운 것이다.

물론 징계 수위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지적까지 무시할 일은 아니다. 3학년 선수들에게 '출전 정지 6개월'은 올해 남은 전국대회를 통째로 잃는다는 뜻이다. 그 무대는 대학 진학과 프로 지명으로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잘못된 표현'을 두고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징계를 팀 전체에 일괄 적용한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만한 대목이다.

다만 '징계가 과하다'는 지적과 '징계할 일이 아니었다'는 주장은 전혀 다르다. 앞의 것은 잘못을 인정한 뒤 그 대가의 크기를 따지는 말이고, 뒤의 것은 잘못 자체를 지운다. 실제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배재고 선수들이 5·18을 조롱거리로 삼은 행태는 저열하다"고 먼저 못 박은 뒤에야 징계 수위를 문제 삼았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6개월 출전 정지는 가혹하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면서도, "역사를 잊었다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진숙 의원은 달랐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정치인이 특정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은 어른답지 못한 행동"(박성훈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 의원은 이후로도 수차례 입장을 밝히면서 아이들의 구호가 잘못이었다는 언급은 그 어느 자리에서도 하지 않았다.대신 "스타벅스와 5·18이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되물음만 반복했다. 징계가 과하다는 주장을 넘어, 애초에 징계할 일 자체가 없었다는 강변이다.

정작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아이들이 스스로 내놓았다. 학생들은 경위서에 '역사적 맥락을 모르고 구호를 외쳤다'고 적었다. 역사를 모르고 한 발언이라지만, 잘못은 인정했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광주를 찾아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들로 큰 상처를 입은 광주제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정 정보통신망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7.7 © 뉴스1 황기선 기자

그렇다면 그 화환은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이 의원은 그 이유를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정권에 의해 자동면직되기 전, 수많은 시민이 과천 방통위 청사 주변에 화환을 보내 격려해주셨다"며 "저도 공포에 질려있을지도 모를 배재고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어서 화환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미래 세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주역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날 아이들이 나선 길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러' 가는 길이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러 가는 길이었다. 만약 그들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면, 그것은 정권의 탄압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그 화환이 응원한 대상은 배재고 학생들이라기보다, 시민들이 보낸 화환 앞에 서 있던 과거의 자기 자신에 더 가까워 보인다.

'서툰 선의'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의 과거 행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의원은 2023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달린 5·18 폄훼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5·18을 '광주 사태'로 부르고 시민을 폭도로 매도하며 전두환이 애꿎은 희생양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자 그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좋아요 연좌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손가락 운동에 신경을 쓰겠다"고 답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화살은 5·18을 조롱한 쪽이 아니라, 그것을 문제 삼는 쪽을 향해 있다.

이튿날 광주에서 아이들이 들은 말은 이 의원의 말과 달랐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광주제일고 교장은 "고개 들어요, 어깨도 펴고.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라고 위로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부상자회, 공로자회 등 오월 단체들 역시 "5·18 정신의 핵심은 배제가 아닌 포용"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아이들은 잘못을 인정했고, 광주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끝까지 잘못이 없다고 말한 사람은 이 의원 한 사람뿐이었다. 잘못이 없다고 하면, 반성할 기회도, 용서받고 다시 일어설 기회도 남지 않는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한 말은 이 의원의 화환에 적힌 말이 아니라 광주가 건넨 포용이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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