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서 무인기의 역할이 커지며 제기된 이른바 ‘헬기 무용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오히려 아파치의 가동률 저하에 대응하고 대드론 능력 확보를 위해 성능개량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2일 방위사업청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육군이 운용 중인 AH-64E 아파치 공격헬기 36대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약 8000억 원 규모의 성능개량 사업이 최근 사업타당성조사 재검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이후 세 차례 연속 사타 재검증에서 제외되면서 연내 사업 통과와 미국 측과의 계약 체결도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 군 안팎의 평가다.
군 당국은 이번 사업을 통해 아파치의 핵심 장비인 롱보우(Longbow) 레이더를 추가 장착하고, 임무처리장치(MP)와 사격통제체계 등을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었다. 2022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해당 사업을 의결하며 2027년 완료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비용 증가와 절차 지연 등이 겹치면서 일정이 크게 밀린 상태다.
특히 최신 롱보우 레이더는 기존보다 성능이 향상돼 은폐·엄폐한 상태에서도 적을 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00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다. 군이 도입을 추진한 최신형은 대드론 기능도 대폭 강화돼 소형 무인기에 대한 탐지와 대응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1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진행된 2026 합동화력훈련 미디어데이에서 AH-64 아파치 헬기가 기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사업은 최근 전쟁 양상 변화 속에서 제기된 ‘공격헬기 무용론’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저비용 드론이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면서 유인 공격헬기의 생존성과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아파치 추가 도입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공격헬기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 육군은 지난해 실시한 전투실험에서 아파치가 레이더와 유도무기, 30㎜ 기관포를 활용해 가상의 적 드론 14대 가운데 1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역시 지난해 이란의 자폭 드론 공격 당시 아파치 공격헬기를 투입해 단시간 내 여러 대의 드론을 요격한 사례를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방산업체들이 아파치와 소형 무인기를 연계 운용하는 개념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공격헬기가 공중에서 감시·정찰과 지휘통제 역할을 수행하고, 드론 편대가 위험 지역을 선제적으로 탐색하거나 타격하는 방식이다. 유인기와 무인기를 결합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가 차세대 전장 운용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군 내부에서는 성능이 입증된 아파치 개량 사업은 장기간 표류하는 반면, 아직 충분한 운용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소형무장헬기(LAH) 전력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사업 추진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AH-64E 성능개량 사업은 현재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기획예산처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