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신웅수 기자
'화염병과 짱돌'로 상징되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향해 "또 하려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 직격하던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 의원(37)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도전은 예비경선 컷오프로 끝이 났다. 속된 말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청년 정치인은 86세대 운동권 출신이자 직전 국무총리, 당대표들 사이에서 발버둥 쳤지만, 결과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였다.
김 전 의원의 이름은 8·17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가 발표되는 순간 잊혔다. 그러나 당원들을 '속 시원해지게' 만든 그의 도전은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을지 모른다. 청년층에게 외면받는, 미래를 그리기보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려 하는 '올드'한 민주당이 다시금 '영'해질 수 있는 기회.
김 전 의원의 외침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듯싶다. 전당대회 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22일 오전 김 전 의원은 뉴스1과 만나 "당내에서는 '쟤 정치생명 끝났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남들 신경 안 쓰고 '킵 고잉'(Keep going·계속하겠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계파 논쟁이나 공천 문제, 세대교체 등을 언급하며 "분열만 부추긴다"거나 "꼰대 정치"라고 비판하던 중 다른 당대표 후보로부터 고함을 듣고, 당원들로부터 악성댓글과 항의 전화 폭탄을 맞았지만, 그는 "잃을 것 없다. 소신 있게 계속 발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전 의원은 기득권이 된 86세대가 2030세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 시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 5060정당이고, 2030 지지율은 폭락"이라며 "총선 승리하려면 답은 정해져 있는데, 기득권은 놓치기 싫고, 내 밥그릇 챙기다 결국 다 죽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86세대보다 우리 세대가 더 열심히 살고 더 잘하고 있다고 본다. 본인들만 화염병 든 게 아니다. 우리도 (탄핵집회 등에서) 응원봉 들었다"며 "응원봉 든 세대가 2030 여성이라고 하면서 정작 자리는 그들이 차지하고 있다. 2030 삶을 힘들게 방관해 놓고 '청년, 청년' 하는 건 위선적"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당대표 도전 배경은.
▶민주당이 죽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공정·민주주의·청년·미래·세대교체가 모두 사라진 '5무 정당'이 됐다. 청년이 나오면 '왜 나왔느냐'부터 검증받아야 하는 정당, 686 선배들이 출마할 때는 아무도 묻지 않는 그 질문을 청년에게만 던지는 정당, 그것이 지금 민주당의 현주소다. 가장 시급한 것은 세대교체다. 686이 786, 886까지 가면 민주당은 망한다. 세대교체는 시대정신이고,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이를 놓치면 총선도, 대선도 필패한다. 죽어가는 민주당을 살리러, 당선되려고 나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시선도 있었다.
▶맞다. 저는 계란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역사가 바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의 역사다. 김대중은 서슬 퍼런 군사독재 치하에서 도전했고, 노무현은 지지율 2%로 시작했다. '질 것 같으면 나오지 말라'는 말이야말로 기득권의 언어다. 바위는 40년 비를 맞아 허물어지기 직전이고, 계란은 생명을 품고 있다.
―민주당의 가장 큰 위기, '김보미 체제'에서 가장 먼저 뜯어고칠 구태는.
▶가장 큰 위기는 미래의 이탈이다. 18~29세의 절반 가까이가 무당층이다. 제 또래 친구들은 민주당 이야기가 나오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꺼버린다. 분노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가장 먼저 뜯어고칠 구태는 '고무줄 규칙'이다. 당헌·당규 곳곳의 '단,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계파의 무기가 돼왔다. 취임 당일 1호 안건으로 경선 룰 6개월 전 확정(D-180 동결제)과 경선 결과 100% 공개(48시간 룰)를 당헌에 명문화하겠다. 게임 도중에 심판이 규칙을 바꾸는 정당으로는 총선도 대선도 이길 수 없다.
―출마 뒤 친명(친이재명), 친청(친정청래) 양쪽에서 공격받았다. 당내 계파정치와 주류 세력 독주 체제에 대한 평가는.
▶양쪽에서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가 어느 계파도 아니라는 증거다. 저는 추미애 대표 시절 공천받고, 이낙연 대표 시절 제명됐으며, 이재명 대표 시절 복당했다. 회사로 치면 사장이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저는 도대체 무슨 계파인가. 계파 정치는 족보정치다. 누가 원조 친명인지, 누가 더 적통인지 국민은 아무 관심이 없다. 사진 한 장 나오면 '누구 파냐'부터 묻는 흥신소 정치, 진영에 따라 환호와 비난이 뒤바뀌는 정치에 국민이 질려 있다. 계파는 실력보다 의리, 정책보다 인맥, 원칙보다 예외를 앞세우는 기득권 유지 장치일 뿐이다. 해법은 하나, 계파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정당이다. 그래서 저는 홍대 선언으로 디지털 정당 대전환을 제안했다.
―청년의 민주당 외면 현상이 심화하는 원인과 해결 복안은.
▶본질은 간단하다. 민주당이 청년을 주주가 아니라 병풍으로 써 왔기 때문이다. 선거철마다 동원되고 이용되지만 실질적 권한은 하나도 없다. 누군가를 공격할 때 꺼내 쓰는 도구, 누군가의 배경에 서 있는 병풍이 민주당이 청년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청년들은 그것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래서 떠났다. 복안은 말이 아니라 권한입니다. 당 청년위원회를 청년정책의 최고 의결 기구로 격상해 그 결정이 당론 입법으로 이어지게 하고, 당 예산의 10%를 청년이 직접 편성·집행·평가하게 하겠다. 기탁금을 폐지하고 당직 선거 공영제를 도입해 돈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링을 만들고, 청년 취업 보장제로 청년의 삶 자체를 당의 중심 의제로 세우겠다. 청년 최고위원 한 자리 준다고 청년정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간 이상적 당·청관계 모델은.
▶손뼉만 치는 여당은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할 말 하는 여당이 대통령을 성공시킨다. 여당 당대표의 제1 임무는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키고 재집권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지만, 그 방법은 맹종이 아니라 경청과 직언이어야 한다. 쓴소리에 문자폭탄으로 답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 지금처럼 계파 싸움으로 발목을 잡는 민주당이야말로 정부를 실패의 길로 이끈다. 당이 미래 의제를 대통령보다 한발 앞서 준비하고 AI(인공지능) 대전환, 반도체, 기후위기, 대통령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온몸으로 뒷받침하는 것, 그리고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경청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이상적인 당·청 관계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보미 후보의 엑스(X) 계정이 개설된지 하루 만에 팔로우하며 큰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심(李心)이 세대 교체론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정말 놀랐고, 감사했다. 다만 제 개인에 대한 격려라기보다 청년 정치에 대한 응원이라고 받아들인다. 실제로 대통령은 청년들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기탁금 문제까지 제기했다. 대통령이 말씀은 안 하셔도 청년 평당원의 목소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저는 누구의 낙점도 사주도 아니고 당원의 선택으로 여기까지 왔다. 세대교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민심이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가치를 보고 표를 던지는 당원들을 확인했다. 그 한 표 한 표가 바위에 금을 내고 있다.
―당대표가 되면 '이것만은 하고 싶다'는 게 있었나.
▶'뽑고 싶은 민주당'을 만들고 싶었다. 취임 100일 안에 시스템 정당의 뼈대를 세우려 했다. 경선 룰 D-180 동결제와 경선 결과 100% 공개를 당헌에 명문화하고, 기탁금을 폐지해 당직 선거 공영제를 도입하고, 청년위원회를 최고 의결 기구로 격상하고 싶었다. 국고보조금·당비 사용 내역을 10원짜리 하나까지 공개하는 재정 대시보드까지 규칙을 만든 사람들의 정당을 끝내고, 침묵하는 다수의 소리를 듣는 정당으로 바꾸려 했다.
―출마해 보니 문제는 없었나.
▶제게 주어진 4일(유세 기간) 중 하루는 후원회를 만들다가 날렸다. 1000만 원도 모으기 힘들었지만, 겨우 문자 보낼 여력이 생겨서 마지막 예비경선 날에야 중앙위원들에게 처음 문자를 보냈다. 이러면서 무슨 청년에게 기회를 준다는지 모르겠다. 저는 서울에 집도 없어서 친구 집에서 자다가 스케줄도 늦었다. 사무실도 없어서 출력물 인쇄하려면 밖으로 찾아가야 한다. 다른 것도 힘든데 기탁금 정도는 면제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청년에겐) 시작 문턱도 높고, 기탁금 혜택 보려면 본경선에 가야 하는데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컷오프 이후의 삶은.
▶저의 이번 생은 망한 '진짜 청년'의 삶이다. 결혼도 못하고 돈도 없고, 당에서도 털리기만 했지 어디에서 끼워주지도 않았다. 오늘도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그런데 내가 누구 '똘마니' 하려고 출마한 건 아니지 않나. 할 말은 하려고 답답한 심정으로 출마한 거다. 주변에서는 막 '속 시원하다'고 하지만, 당내에서는 '쟤는 정치생명 끝났다'고 한다. 이미 잃을 것도 없고, 그들에게 껴달라는 말도 안 한다. 저는 그냥 소신 있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말할 거고, 신경 안 쓰고 킵 고잉 할 생각이다.
△1989년 전남 강진 △강진고 △전남대 미술학과 △강진군의회 의원 △제9대 강진군의회 의장 △재정주권시민행동 공동대표
lgir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