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군대 갔다" 군함 승선한 '로봇 조타수'…복창까지 완벽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24일, 오후 01:3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

함교 당직사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람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이 곧바로 명령을 복창했다.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

잠시 뒤 로봇은 조타기를 돌려 함정의 침로를 맞춘 뒤 다시 보고했다.

“330도 잡기 끝.”

승조원이 맡던 함교 타수 업무를 로봇이 수행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해군은 KAIST와 함께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함정 승조원으로 활용하는 전투실험 현장을 23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실험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미래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하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검증 단계다.

이번 실험의 주인공은 KAIST 심현철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다.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실시된 실험에서 파이봇은 함교의 ‘타수’ 역할을 맡았다. 타수는 당직사관의 명령에 따라 조타기를 조작해 함정의 침로를 유지하는 핵심 승조원이다.

파이봇은 사람처럼 명령을 이해하고 그대로 복창한 뒤 조타기를 조작했다. 침로가 목표 각도에 도달하면 “330도 잡기 끝”이라고 완료를 보고하는 절차까지 실제 승조원과 동일하게 수행했다. 해군은 이를 위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적용해 함정의 조함 절차와 명령 체계를 이해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23일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해군 최초로 진행된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 소속 함교 당직사관의 조함명령에 따라 타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23일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해군 최초로 진행된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 소속 함교 당직사관의 조함명령에 따라 타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실험은 단순히 직선 항해만 반복한 것이 아니다. 해군은 실제 작전 환경을 가정해 침로 변경이 빈번한 협수로 항해와 높은 파도로 선체가 흔들리는 악기상, 야간 항해 등 다양한 상황을 부여했다. 그 결과 파이봇은 당직사관의 명령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며 조타 임무를 이어갔다.

이번 실험은 총 4단계 가운데 첫 단계다. 우선 육상 조함 시뮬레이터에서 성능을 검증한 뒤 정박 함정, 실제 해상 주간 항해, 마지막으로 주·야간 장기 항해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해군은 명령 입력부터 수행 완료까지의 반응속도와 조타 정확성, 운용 편의성 등을 분석해 실제 함정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전투실험은 해군이 추진 중인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Navy Sea GHOST)’ 구축의 연장선에 있다. 미래에는 사람이 모든 임무를 직접 수행하기보다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업무는 로봇이 맡고, 승조원은 전투지휘와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형태로 함정 운용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실험은 병역자원 감소라는 현실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해군은 로봇이 조함을 비롯한 다양한 함정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함으로써 승조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미래 인력 부족에도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형준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은 “함정 승조원의 고유 업무였던 조함을 로봇이 오류 없이 수행할 수 있는지를 분석·평가하는 첫걸음”이라며 “전투실험 결과를 토대로 함정 내 로봇 운용 방안을 발전시켜 승조원 업무를 경감하고 변화하는 국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심현철 KAIST 교수도 “피지컬 AI 기반 인간형 로봇이 실제 해군 함정의 조타수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을 검증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파이봇은 방위사업청이 57억 원을 지원하는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 국방기술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부터 개발되고 있다.

23일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해군 최초로 진행된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 소속 함교 당직사관의 조함명령에 따라 타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23일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해군 최초로 진행된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 소속 함교 당직사관의 조함명령에 따라 타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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