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을 통한 초국경 협력이 갖는 전략적 함의[한반도 24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27일, 오전 05:25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5월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3자 형식의 두만강을 통한 해상접근 합의 도출’을 발표했다. 3월에 개정한 북한 헌법에서는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중국, 러시아,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역으로 규정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러시아-조선(북한)은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념을 같이했을 때도 이념 갈등과 국경분쟁 등으로 완전히 밀착하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경계 쌓기(re-bordering)’에 골몰하면서 자력갱생 하겠다는 조선(북한)과, ‘경계 허물기(de-bordering)’를 추진하면서 협력하자는 접경국가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달라 중·러 정상이 합의한 두만강을 통한 해상접근(태평양 출해권)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완공한 신압록강대교를 10여 년 동안 북한이 개통하지 않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세계적 단위의 노동분업 구조에 편입하지 않고 마치 성곽도시처럼 고립된 ‘자력갱생의 주체왕국’을 고수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필자는 10년 전 중국 연길과 훈춘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육로로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항일독립투쟁의 주 무대였던 광활한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의 발전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 당시 중국 훈춘은 러시아인들이 몰려들어 중·러 국경도시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훈춘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길의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였고, 크지 않은 세관 규모로 볼 때 인적·물적 교류도 많지 않아 보였다. 연해주 지역 중국 땅을 할양받은 러시아 쪽에서 중국 사람들이 상권을 장악하는 것을 경계하는 듯했다. 러시아는 제2차 아편전쟁 중 청나라가 영국·프랑스에 밀린 상황을 이용해 아이훈 조약으로 흑룡강 이북을 가져갔고, 이후 베이징 조약으로 우수리강 동쪽 연해주까지 영구 할양받았다. 이로써 중국은 동북 지역의 태평양 출해권을 잃었다.

일찍이 동북지역의 농업 잠재력을 인식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 흑룡강성 삼강평원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대규모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농사를 지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철수하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강평원 개발을 위해 장덕진 전 농수산부장관이 1990년에 대륙종합개발을 설립한 것과 남양알로에가 1997년부터 연해주 영농사업에 참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실패의 주된 이유는 노동력 확보와 유통문제였다. 연해주 지역은 노동력이 부족해서 북한 근로자를 활용해야 했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취해진 ‘5·24 조치’로 북한 인력을 사용할 수 없어 애로를 겪었다. 노동력은 기계화로 극복할 수 있지만 물류문제는 가격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로 개선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동북 3성 지역의 경우 물류를 해결할 태평양 출로가 막혀 더이상 뻗어 나가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이 두만강을 통해 출해권을 확보하면 다롄(大連)항으로 우회하는 데 따른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은 포화상태이고 자루비노항은 미개발상태로 활용도가 높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하여 두만강을 통한 태평양 출해권을 확보할 경우 물류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두만강의 관문은 나진항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두만강개발에 적극성을 보인 데 비해 정작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북한은 국경선을 강화하며 소극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내 국가들 사이의 지역협력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보다는 체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의 태평양 출해권 확보는 지정학적으로 많은 전략적 함의를 가진다. 북한은 이를 활용해서 두만강과 라진항 개발을 대중국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북·중·러가 두만강을 통한 해상접근에 협력하고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이 활성화된다면 중국 훈춘-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 나진이 동북아 초국경 협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게 되고 이를 통한 남북협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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