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일찍이 동북지역의 농업 잠재력을 인식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 흑룡강성 삼강평원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대규모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농사를 지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철수하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강평원 개발을 위해 장덕진 전 농수산부장관이 1990년에 대륙종합개발을 설립한 것과 남양알로에가 1997년부터 연해주 영농사업에 참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실패의 주된 이유는 노동력 확보와 유통문제였다. 연해주 지역은 노동력이 부족해서 북한 근로자를 활용해야 했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취해진 ‘5·24 조치’로 북한 인력을 사용할 수 없어 애로를 겪었다. 노동력은 기계화로 극복할 수 있지만 물류문제는 가격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로 개선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동북 3성 지역의 경우 물류를 해결할 태평양 출로가 막혀 더이상 뻗어 나가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이 두만강을 통해 출해권을 확보하면 다롄(大連)항으로 우회하는 데 따른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은 포화상태이고 자루비노항은 미개발상태로 활용도가 높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하여 두만강을 통한 태평양 출해권을 확보할 경우 물류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두만강의 관문은 나진항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두만강개발에 적극성을 보인 데 비해 정작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북한은 국경선을 강화하며 소극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내 국가들 사이의 지역협력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보다는 체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의 태평양 출해권 확보는 지정학적으로 많은 전략적 함의를 가진다. 북한은 이를 활용해서 두만강과 라진항 개발을 대중국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북·중·러가 두만강을 통한 해상접근에 협력하고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이 활성화된다면 중국 훈춘-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 나진이 동북아 초국경 협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게 되고 이를 통한 남북협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