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퇴직자가 업무용 컴퓨터에 부착된 HDD를 떼어내 내부 연구자료를 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다수 서버에 백신이 설치되지 않는 등 전산 관리 전반에서도 허점이 확인됐다. 국가전략기술을 다루는 국책연구기관의 내부자료와 연구 성과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 청사.(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6개 연구기관에 대해 외부 해킹 대응 분야에서 21건, 내부 유출 대응 분야에서 6건 등 총 27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내부 유출과 관련해서는 HDD 보안관리 허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감사기간 중 5개 감사대상 연구기관의 로그를 활용해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최근 1년간 HDD 탈거 실태를 분석한 결과, 총 690대의 HDD가 최종 탈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퇴직자들이 이처럼 탈거된 HDD를 외부로 반출하면서 보안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탈거된 HDD 중 퇴직자가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는 39대를 대상으로 현장 보관 여부를 추가 점검한 결과, 총 12대가 연구기관 내에 없거나 위치를 추적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중 2대의 HDD의 경우, 연구기관에서 대학교 부교수로 재취업한 전임 직원이 향후 연구에 참고한다는 이유로 근무 중 취득한 연구자료를 삭제하지 않은 채 4개 보안과제 등 12개 연구개발과제 6만956개 파일이 포함된 HDD를 탈거한 뒤 내부자료를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버 관리도 미흡했다. 감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5개 연구기관 전체 서버 1만7073대를 대상으로 백신 설치 여부를 점검한 결과, 백신이 설치된 서버는 총 374대로 백신 설치율이 평균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감사 대상 연구기관 서버 대부분이 백신이 설치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던 것이다.
감사원이 5개 연구기관별로 외부 통신량이 많은 서버 등 중요 서버 각각 50대를 선정해 백신을 설치한 뒤 검사한 결과, 서버 21대의 178개 파일에서 악성프로그램 38종이 발견됐다. 공격자의 의도대로 프로그램을 장악할 수 있어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안 취약점 점검 역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감사기간 중 6개 연구기관의 서버 8361대 중 2484대(29.7%)만 취약점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경우 2024년 3월 총 121대의 서버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과기정통부에 제출했지만, 같은 해 5월 우주항공청 소관이 된 이후 보안 취약점 점검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보유 서버 327대 중 114대(34.8%)만 취약점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감사 결과는 국가 핵심기관을 겨냥한 해킹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이에 국책연구기관의 보안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에서는 신원 미상의 공격자가 지난해 4~5월 서버를 장악한 뒤 올해 2월까지 접속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관 등의 정보 약 1만건 중 상당량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비인가자가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에 침투해 6개 군병원의 의료정보 약 8GB에 접근한 정황도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