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산란계협회 법인 설립 허가 취소…“계란값 고시로 경쟁 제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29일, 오후 02:2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 산지가격을 정해 회원 농가에 통보해온 대한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정부와 약속한 설립 허가 조건을 어긴 데다 가격 경쟁을 제한해 공익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29일 민법 제38조에 따라 대한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민법은 법인이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주무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농식품부는 2023년 1월 협회의 법인 설립을 허가하면서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 계란 산지가격을 결정하거나 회원들에게 통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그러나 협회는 허가 이후에도 지역별 산지 기준가격을 정해 올해 1월 21일까지 회원 농가에 지속적으로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의 지역별 특별위원장이 재고와 유통 상황 등을 토대로 산지 기준가격을 정하면 협회가 이를 취합해 문자메시지와 팩스 등으로 농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농가들은 협회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계란을 거래해왔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가격 고시가 단순한 시장 정보 제공을 넘어 앞으로 받을 ‘희망가격’을 미리 정해 공유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개별 농가가 유통업체 등과 자유롭게 가격을 협상하기보다 협회가 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하면서 시장의 가격 경쟁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실거래 가격이 협회의 고시가격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들어 해당 행위를 사업자단체의 가격 경쟁 제한 행위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농식품부는 처분에 앞서 사전통지와 의견 제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협회가 제출한 의견과 청문 과정의 진술만으로는 설립 허가 조건 위반이나 공정위의 위법성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처분은 협회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것으로, 법인을 곧바로 강제로 해산하는 조치는 아니다. 다만 법인 허가가 취소됨에 따라 향후 청산 등 후속 절차가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된다.

농식품부는 이번 조치가 계란 생산이나 유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지가격 정보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실제 거래가격을 조사해 제공하도록 하고, 거래정보의 신뢰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처분은 공정위 처분만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법인 설립 허가 조건 위반 여부, 공정위 처분 내용, 청문 결과 및 제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며 “생산자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계란 산업의 공정한 거래 질서와 안정적인 수급 관리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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