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 회의장 문이 닫히고 있다. 2026.7.31 © 뉴스1 유승관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의 스타였고, 노란 셔츠 돌풍을 일으켰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직접 경험한 기억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나는 고작 초등학생이었다.
그래서 '노무현 정신'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아마 많은 2030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노무현 정신이 모든 세대가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관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시작부터 국민에게 더 나은 형사사법체계를 돌려준다는 당위로 설득됐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감이 없는 2030세대에게도 왜 개혁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이 우선이었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듯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국가의 제도는 특정 인물이나 세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70여년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행사해 온 검찰 권력의 문제를 지적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도 일부 마련했다.
하지만 어렵게 쌓아 올린 당위성을 흔든 것 역시 민주당이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전 대표는 검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하루도 잊지 않았다"고 표현했고, 김용민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며 "노 전 대통령이 '야, 기분 좋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2030세대에게 이런 메시지는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언어라기보단 특정 세대의 정치적 기억에 함께 하라는 요구, 나아가 특정 세대만을 강조하는 배제의 언어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청년 피해자에게 "지옥에나 가세요"라는 분노를 사는 상황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이 "많은 정치인이 노무현의 정치가 아닌 것을 노무현이 추구한 정치적 사실인 것처럼 포장한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노 대통령을 '검찰 수사권 남용의 피해자'로만 인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방식이 검찰개혁이라는 하나의 정치적 의제에 지나치게 갇혀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국무회의 공개 검토를 처음 지시한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활발하고 격식 없는 토론으로'토론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어쩌면 지금의 2030세대가 공감할 '노무현 정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며 설득하는 정치. 당장의 정치적 성과보단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정치. 자신의 임기 안에 무엇인가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조급함보다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정치 말이다.
노무현 정신을 특정 세대의 기억으로 가두지 않으려면 오히려 그가 남긴 정치의 본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누구를 위해 개혁했는가보다 '국민을 어떻게 설득했는가'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의 정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rma1921k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