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상고심 선고 법정 시한을 며칠 앞둔 시점에 전합으로 넘긴 것은 피고인들의 시간 끌기와 재판 지연 전략에 최고법원이 동조한 꼴”이라며, 이를 조 대법원장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이 취임 후 강조해 온 ‘신속한 재판(6·3·3 원칙)’과 특검법상 상고심 3개월 이내 처리 의무를 스스로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전합 기일과 최종 선고 시점 제시, 피고인들의 석방 기한 전 상고심 선고 약속, 지연되고 있는 대법관 임명 제청 절차 착수 등 3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헌정사 최초의 대법원장 탄핵 추진과 법왜곡죄를 통한 형사 처벌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이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로 선두를 달리는 김민석 당대표 후보가 당대표 선출 시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명시적으로 공언한 상황에서 나온 입장문이라 정치적 무게감이 한층 더해졌다는 평가다. 당권 주자가 쏘아 올린 탄핵론에 이어 이번 법사위원들의 집단 성명까지 가세하면서, 여권의 사법부 수장에 대한 압박 수위는 다시 거세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이라 하더라도 평의에서는 다른 대법관들과 동등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요구대로 선고 시점을 임의로 단정하거나 특정 기일까지 선고를 약속하는 것은 합의제 재판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오히려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시 대법 판결을 ‘대선 개입’이자 ‘사법쿠데타’로 규정하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파상공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9월에는 법사위 주도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현안 청문회를 강행하고 당 지도부와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소추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했다. 당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심리와 선고 절차에 법적 문제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음에도 야당의 압박은 그치지 않았다.
10월 들어 공세는 한층 격화됐다. 정청래 당시 대표가 “사법부 수장 자격이 없다”며 공식 사퇴를 압박한 데 이어, 검찰 출신 초선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을 ‘수괴’로 지칭하며 “탄핵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여당은 국정감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법원장을 직접 국회로 불러 세우며 압박하기도 했다. 10월 13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관례상 이석하던 대법원장을 이석하지 못하게 저지한 뒤 기습 질의를 이어갔으며, 같은 달 30일 종합국감까지 조 대법원장을 재차 증언대에 세웠다.
이처럼 여권은 대법원장을 국감 증언대에 연이어 세우고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 입법 카드로 고강도 압박을 이어왔다. 실제로 여당은 올해 2월 야당의 강한 반발 속에서 이들 ‘사법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며 입법 절차를 마무리 지은 바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법원장 탄핵론은 전당대회 국면에서 당권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과 전원합의체 회부를 고리로 한 법사위원들의 집단 행동이 맞물리며 다시 본궤도에 오른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