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퇴 몰아붙이는 與…탄핵은 왜 주저하나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23일, 오후 04:56

[이데일리 허윤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후보자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연일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탄핵소추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서면 제청만으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운 데다 탄핵안이 기각된다면 ‘사법부 장악’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의 품격을 스스로 내던진 채 말 그대로 ‘희대의 대법원장’으로 전락했다”며 “조 대법원장은 즉각 대법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퇴만이 무너진 사법 정의와 국민 앞에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1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시했다”며 “대법관 후보 합의와 서면 제청 모두 일방통행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에도 이를 “사법 농단”이라고 규정하며 조 대법원장 탄핵을 논의했지만 실제 추진으로 이어가지는 않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탄핵 추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사법부가 조 대법원장의 문제에 답을 내놔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조 대법원장에 대해 공공기관에서 입장 하나 못 내는 것인가”라고만 답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이 탄핵에 신중한 가장 큰 이유는 법적 문턱이다. 헌법재판소는 고위 공직자를 파면하려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그 위반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고 판시해왔다. 대통령과 직접 협의하지 않고 대법관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했다는 이유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거나 탄핵의 사유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조 대법원장의 직무가 정지된다는 점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법원이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법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명확한 법 위반 사유 없이 거대 여당이 사법부 수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는 비판이 커질 경우 중도층 여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장 탄핵까지 밀어붙이면 오히려 야권에 공격할 명분을 줄 수 있다”며 “법적 실익보다 정치적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재임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도 탄핵의 실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법원장의 법정 임기는 6년이지만 1957년 6월생인 조 대법원장은 법관 정년에 따라 2027년 6월 퇴임해야 한다. 임기가 10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탄핵에 따른 정치적·사법적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의 사퇴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법개혁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강하게 요구해온 의제인 만큼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를 거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실제 탄핵에 나서기보다 사퇴 요구를 이어가며 조 대법원장을 사법개혁의 상징적 대상으로 삼는 편이 정치적 부담은 줄이면서 지지층의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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