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 있는 곳만 웃는다…李도 걱정한 KTX·SRT 통합의 역설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후 03:4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철도가 너무 많이 생겨나고 상대적으로 버스 이용객이 줄면서 터미널 문 닫고 종사자들 줄어들고 있다. 이것도 일종의 교통 양극화 아닙니까.”



◇KTX·SRT 통합에…李, 환영 속 ‘교통 양극화’ 지적

이재명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고속철도 통합 관련 보고가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고속철도 통합 관련 보고가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달 1일부터 KTX와 SRT 통합으로 고속철도 좌석 공급이 늘어나고 운임이 낮아지면서 철도 이용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고속철도 통합의 이면에 있는 고속버스·시외버스 노선 축소와 지방 교통망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교통 양극화’를 우려했다. 특히 고속철도역이 있는 지역 주민들은 더 빠르고 저렴한 교통 서비스를 누리는 반면, 철도가 닿지 않는 지역은 버스 노선마저 사라지면서 환승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고속철도 통합을 환영하면서도 “교통 양극화도 우리 사회가 온갖 영역에서 양극화 문제 발생하는데 교통 편의, 교통 복지랄까 이 측면에서 양극화도 문제”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7회 국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고속철도 통합 추진 상황을 보고받은 뒤 통합에 따른 교통 격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9월 1일부터 KTX와 SRT가 통합 운행되는 것과 관련해 “수십 년간 못 하는 것”이었다며 “말도 안 되는 분할”이었다고 지적했다. KTX와 SRT 통합으로 철도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좌석 공급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날 두 고속열차의 통합 이후 주중 1만5000석, 주말 1만7000석의 좌석이 추가 공급될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최근 철도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많다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고속철도 이용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고속철도 통합에 따라 철도 운임을 SRT 수준으로 낮추면서 철도 운영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KTX 운임을) 다르게 할 수 없으니 SRT 수준으로 낮췄다는 건 이해했다”면서도 “전체 철도 운영 적자가 계속 늘어나는 건 고려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싸고 빠른 고속철에…사라져가는 고속버스·시외버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더 큰 문제로 지목한 것은 고속철도와 버스 간 ‘교통 격차’였다. 이 대통령은 “고속버스와 장거리 시외버스가 계속 사라지는 중”이라면서 “철도가 너무 많이 생겨나고 고속에 속도도 빠르고 요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철도가 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 운임 등에서 앞서다 보니 버스 교통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버스 이용객이 줄면서 터미널도 다 문 닫고, 당연히 운전기사들, 관계된 종사자들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게 바람직한가요. 이것도 일종의 교통 양극화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고속철도역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고속철도, 역이 있는 지역에 있는 사람은 편하게 싸게 빠르게 이용하겠지만, 그 외 지역은 시외버스·고속버스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서 “이것도 일종의 교통 양극화를 초래하는데 대책이 뭔가”라고 김 장관에게 질문했다. 김 장관은 버스의 장점을 살려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서 버스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손님이 있는 노선은 버스 요금을 올리면 도움이 되지만, 손님이 줄어드는 데는 올리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며 “현실화는 전면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할지 검토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지방 인구 감소지역의 교통 공백도 문제로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수요응답형 차량이나 택시 등 지방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대체 교통수단을 언급하면서도, 광역 간 교통의 경우 지방정부만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역 간 고속·시외버스 등은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토부에 추가 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철도 통합으로 운임이 낮아지는 것 역시 역설적으로 교통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철도 통합하면서 요금 내리면서 양극화 더 격화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하네요”라고 말했다. 철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운임까지 낮아지면 철도역이 있는 지역으로 수요가 더욱 쏠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고속철도 좌석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싼 건 좋은데 문제는 표 못 구한다. 이용을 못한다고. 금방 증설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 마무리에 SRT와 KTX 간 통합 문제를 거론하며 “노동 조건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데 합친다는 게 몇 달 만에 쉽겠냐”면서 “쉽지 않은 일인데 잘 설득해서 절차를 잘 거쳐서 큰 무리 없이 통합을 이뤄냈다”고 추켜세웠다. 다만 이러한 개혁의 과정을 예로 들며 “높은 목소리나 과장된 자세가 아니라 정말로 겸손하게, 많은 사람들의 고통 최소화하고, 반발도 최소하면서, 성과도 만들어내고, 이에 기반해야 또 다른 변화와 개혁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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