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제64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조국혁신당의 스탠스는 애매하다.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다. 다만 민주당의 우군이라는 점에서 범여권 정당으로 불린다. 6.3 지방선거 참패와 지지율 정체로 활로찾기도 쉽지 않다. 최대 고민은 23대 총선이다. 현 상황에서 22대 총선 때와 같은 ‘12석의 기적’은 불가능하다. 최선은 민주당과의 대등한 합당이다. 수면 아래 ‘자강파 vs 통합파’의 갈등이 없지 않지만 ‘합당’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다만 12.3 비상계엄이라는 사선을 함께 한 동지들의 신경전은 미묘하다. ‘저점 매수’를 희망하는 민주당과 ‘고점 매도’를 바라는 조국당과의 힘겨루기다. 민주당은 ‘광복절 특사’로 빚을 모두 갚았다는 계산이다. 조국당은 정권교체·내란청산의 일등공신에 대한 찬밥대우라고 비판한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양당 갈등은 폭발했다. 민주당은 느긋하고 혁신당은 조급하다. 과연 23대 총선 이전 합당은 가능할까.
◇‘조국 3위 낙선’ 6.3 지방선거 참패 성적표에 정당 지지율 추락까지
조국당의 난감한 상황은 6.3 지방선거 참패 이후다. 특히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의 3위 낙선은 결정타였다. 조국 원장의 원내 입성은 범여권 정치지형을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였지만 실패했다. 또 민주당과의 호남 경쟁구도 공언도 허풍에 그쳤다. 전남 신안군과 장흥군 2곳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했을 뿐 전국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 체제를 넘지 못했다. ‘조국’을 정점으로 하는 1인 정당의 본질적 한계였다.
조 원장의 2선 후퇴 이후 7월 조기 전당대회에서 신장식 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정책 이슈에 대한 주도권 없이 여야 거대 양당을, 주로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논평 정당으로 전락했다. 답답한 현실은 2-3%대 저조한 지지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나마 비빌 언덕인 호남에서마저 7% 수준이다. 이는 조국당의 최전성기인 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 전국 평균 24.25%, 호남 45% 안팎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총선부터 대선까지’ 1년여간 황금콤비…李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특사 ‘불씨’
민주당과 조국당은 뿌리가 같다. 굳이 따지자면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계보를 잇는 맏형, 조국당은 22대 총선에서 친문 주도로 깜짝 등장한 막내 동생 느낌이다. 22대 총선·12.3 비상계엄·21대 대선 때까지 1년여 기간은 그야말로 ‘황금콤비’였다. 조국당은 민주당이 ‘하고 싶지만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선도 투쟁을 주도했다. 22대 총선 때는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으로 ‘윤석열 탄핵’의 깃발을 들었다. 이후 정권교체와 내란청산을 함께 했다. 21대 대선은 양당 연대의 절정이었다. 조국당은 독자후보를 내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을 야권 단일후보로 지원했다.
뿌리가 같은 만큼 합당은 시간문제였다. 다만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조국 광복절특사’ 이후 상황은 미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조 원장의 광폭 차기 행보와 조국당의 지방선거 경쟁 선언에 민주당은 발끈했다. 지난 1월 정청래 전 대표의 합당 제안이 내부 반발로 무산되면서 조국당은 김칫국만 마신 꼴이 됐다. 민주당의 8.17 전대 이후에도 갈등은 여전했다. 김민석 대표의 연대 제안에 신장식 대표는 “신뢰 회복 조치가 우선”이라며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김 대표가 ‘조국혁신당 연대’ 분과와 ‘영입확장’ 분과를 포함한 대통합 추진단 설치를 예고하자 신 대표는 “일방적 발표다. 잡탕연합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하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87년 체제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서 제3당의 독자생존은 어렵다. 영·호남과 보수·진보를 축으로 한 거대 양당 체제가 너무 공고하기 때문이다. 과거 자민련이나 국민의당은 원내 교섭단체까지 구성한 제3당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정당 소멸’ 수순을 밟았다. 조국당은 ‘합당 딜레마’에 진퇴양난이다. 조 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추락한 만큼 차기 총선에서 독자생존은 쉽지 않다. 만일 양당 통합이 불발된다면 소속 의원들의 민주당 개별 입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조급한 조국당과 달리 민주당은 느긋하다. 시간은 민주당의 편이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20·30세대의 극단적인 내로남불 이미지 비판을 고려할 때 조국당과의 합당은 오히려 차기 총선에서 마이너스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그럴수록 애가 타는 건 조국당 소속 12명 현역 의원들이다. 신 대표는 “자강이 기본이고, 연대는 필수, 합당은 선택”이라며 조국혁신당 자체의 선(先)자강론을 강조하지만 수면 아래 통합파 의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양당 합당이 늦어질수록 지역구 결정, 당원 모집, 당내 경선 및 총선 본선 준비 상황이 순차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선·총선 승리’ 명분 합당에도 양당 지분정리는 ‘난제’
거칠게 말하면 합당의 본질은 지분싸움이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 공천권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점이다. 만일 민주당과 조국당의 당세가 비슷하면 5대 5 통합이 정답이다. 문제는 의석수다. 민주당 161석, 조국당 12석이다. 난제는 여기서부터다. 조국당은 23대 총선에서 당의 존립과 조 전 대표의 차기 도전을 위해 수도권과 호남 등 당선 가능한 지역구가 필요하다. 최소한 ‘12석 플러스 알파’다. 민주당은 수용하기 어렵다. 만일 지도부가 이를 수용한다면 수도권과 호남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양당의 힘겨루기는 조국당 의원들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도전할 경우 ‘불이익 없이 공정 경선을 보장한다’는 선에서 정리될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반대 전망도 나온다. ‘오세훈 낙마’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릴 경우다. 현 부동산민심 악화를 고려할 때 민주당의 승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수도서울 탈환을 위한 민주당의 통큰 양보와 조국당의 대승적 수용이 성사된다면 23대 총선 이전 합당 흐름은 예상 외로 빨라질 수 있다.
김진욱 신한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조국당 양당 통합은 양측의 시간표가 다르다. 주식에 비유하면 민주당은 저점 매수, 조국당은 고점 매도를 희망하고 있다”며 “통합 논의가 상당히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이르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늦어도 23대 총선 전에는 큰 틀에서 양당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