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은 경제적 발전과 민주화의 진전을 이루었으나, 권력집중과 오남용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더욱이 승자독식의 정치과정 속에서 진영 갈등이 점점 더 극단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개발독재의 망령을 벗어나 분권과 협치를 가능케 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는 이미 수많은 정치학자와 헌법학자의 공감을 얻고 있을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튼 경의 말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핵심을 뺀 개헌안이 제10차 개헌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분권이 헌법 조문 1-2개를 손질해서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가권력구조의 기본틀을 바꿔야 할 것이며, 국민의 확고한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
제10차 개헌의 의미와 위상에 맞는 헌법개정이 되려면 지난 40년간 대한민국의 변화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국가시스템이 무엇인지,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전제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정부형태의 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특정한 정부형태만 되고 다른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것보다는 논의과정 속에서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제도, 프랑스의 이원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기존의 금기를 깨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분권과 협치를 위해 의회를 양원제로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사법부는 법원과 헌법재판소로 분권시키면서 국회와 정부는 분권이 안 된다고 단정하는가?
가장 위험하고 국민적 저항을 부르는 것은 민주화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려는 퇴행적 행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헌법 제128조 제2항은 제5공화국 헌법에서 도입했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은 불가하다는 조항으로 애초에 포괄적 저항권을 도입하려던 시도가 당시 정치권력과의 갈등 속에서 집권연장 목적의 개헌을 막는 것으로 축소된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무시하면서 개헌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임기연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 반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퇴행일 수밖에 없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