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 손질·국민 참여 확대 담은 개헌안 내놔야”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27일, 오전 05:01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리]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40년이 코앞이다. 그동안 수많은 개헌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현행 헌법은 압도적인 최장수 헌법이 되었다.

“제왕적 대통령제 손질·국민 참여 확대 담은 개헌안 내놔야”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헌법의 수명이 너무 긴 것은 너무 짧은 것 못지않게 문제다. 수명이 너무 짧은 헌법은 국가 전체의 정치적·사회적, 심지어 경제적 불안정성까지 초래하게 된다. 반면 수명이 너무 긴 헌법은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여 낡은 헌법,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헌법으로 규범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행 헌법은 초기의 높은 지지와는 달리 최근에는 개정의 필요성에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왜 개헌이 계속 실패한 것일까?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내각제 개헌논의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개헌안 발의조차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 원포인트 개헌 시도는 여야 모두의 반대에 부딪혀 차기 국회로 그 과제를 넘겼으나, 결국 개헌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아직 개헌시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017년 국회 개헌특위의 실패,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의 부결뿐만 아니라 최근 범여권 의원 187인이 발의한 개헌안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2017년 당시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뜨거웠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개헌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당시 개헌의 실패는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개헌의 내용과 방법을 둘러싼 갈등이 컸기 때문이다. 2017년 당시에도 ‘30년 만의 기회에 이 사항은 꼭 반영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와 오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2026년 개헌 시도는 왜 불발했는가? 외견상으로는 야당인 국민의힘의 보이콧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개헌안 발의에 참여한 범여권 의원들이 예상하지 못했을까? 오히려 이를 예상하면서도 개헌에 동참하지 않은 제1야당에 대한 비난으로 몰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 아닌가?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개헌안 부결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이 원하는 개헌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다수 국민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러나 아무 내용의 개헌이라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국민은 제9차 개헌의 의미와 비중을 기억하고 있으며, 제10차 개헌도 그에 못지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의 개헌안은 국민적 기대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것이다. 이런 개헌안을 들고 나와서 국민적 지지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닌가?

2017년 당시 뜨거운 개헌 열기의 직접적 계기는 최순실사태였고, 여기서 확인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지금이 그때보다 더 심각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를 외면하는 개헌안이 어떻게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겠는가?

제9차 개헌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개헌이 된 것은 4·19혁명의 결과로 이루어진 제3차 개헌처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며, 그 시대적 요구란 곧 국민의 요구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3차 개헌의 내각제, 제9차 개헌의 대통령직선제가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가졌고, 그 시대의 화두였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4월의 개헌안은 오히려 2017년과 2018년의 개헌논의 당시에도 수없이 강조되던 국민 참여 개헌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 내용으로 보나 절차로 보나, 실패가 예정된 개헌 시도였다. 결국 개헌의 성패는 당시 국민의 염원을 얼마나 개헌안에 담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는 개헌이 이뤄지면 제10차 개헌이 된다. 10차 개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2026년 대한민국의 시대적 소명인 분권과 협치가 내용이 돼야 하며 이는 헌법 제128조 제2항(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출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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